거실 출근뒤 화상회의 열고 채팅 업무보고… 오후6시 ‘소파 퇴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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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업계 코로나 재택근무 정착


오전 8시 40분 기상, 세수를 하고 9시에 거실 식탁에 앉으면 출근이다. 노트북을 펴고 SK텔레콤 클라우드 PC에 접속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협업 프로그램인 ‘팀즈(Teams)’로 팀원들과 오늘의 할 일(To-do) 리스트를 공유한다.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 각각 30분 동안 ‘T전화’ 그룹통화로 팀 회의를 한다. 오후 2∼3시엔 주로 다른 팀과 그룹통화가 잡혀 있다. 점심은 가족들과 간단히 만들어 먹는다. e메일과 팀즈를 오가며 일하고 6시 10분, 노트북을 덮고 소파로 퇴근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대를 막기 위해 국내 업계에서 처음으로 지난달 24일 전 직원 재택근무 방침을 정한 SK텔레콤 김모 매니저(38)의 하루다.

○ ICT 업계 재택근무는 연착륙 중


23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주말 임원 논의를 거쳐 전 직원 재택근무를 이달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출근이 불가피한 일부 인력을 뺀 4000여 명이 집에서 일한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등 일부 제조업계는 이번 주부터 유연근무 형태로 현장 출근을 시작한 반면 국내 ICT 업계는 이번 주로 ‘거실 출근’ 한 달을 맞게 됐다.

앞서 20일 네이버가 “원격근무 기간을 27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힌 데 이어 넷마블과 넥슨, NHN이 차례로 27일까지 연장 방침을 내놨다. 카카오는 지난달 26일부터 무기한 원격근무 체제다. 구글코리아나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계 ICT 기업의 한국 지사들도 지난달 말부터 기한 없는 재택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자율 순환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한다.

ICT 업계는 일반 제조업계와 달리 원격근무가 연착륙하고 있다. 이전부터 유연근무 실험이 가장 먼저 이뤄졌고, 각종 원격근무 소프트웨어에도 익숙한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처음엔 우려도 있었지만, 한 달째인 지금 재택근무를 위한 정보기술(IT) 시스템 지원도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 화상통화는 ‘구글 미트(Meet)’, 업무 공유는 ‘MS 팀즈’

23일 통신3사와 게임업계, 카카오와 네이버, 구글코리아와 한국MS 등 ICT업계 10개사를 조사한 결과 자사 서비스 외에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화상통화 도구는 미트와 스카이프였다. 업무 보고용 프로그램은 MS의 팀즈, 커뮤니케이션은 슬랙과 카카오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회사별, 조직별로 여러 개씩 쓰고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퇴근 시간 이후 업무 지시를 방지하고 그룹 통화 권장 시간이 정해지는 등 각종 ‘재택근무 가이드라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 가이드라인엔 “재택근무 기간 중 필요한 일, 필요 없는 일을 정리할 것” “재택 여부 관계없이 서로의 근무시간 존중할 것” 등이 포함됐다. 네이버는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 아닌 반드시 자택과 같은 안전한 공간에서 근무할 것”을 요구했다.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고립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한 팁들도 공유됐다. SK텔레콤은 2일부터 재택근무 에피소드를 직원들이 영상이나 글로 공유하면 인기 사연을 선정해 치킨, 피자 쿠폰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18일부터 원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스크 제작 도구를 제공해 가족들과 함께 만든 마스크를 다음 달 대구 경북 지역 아동센터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코로나19#재택근무#it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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