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손님도 다 끊겼다”…‘코로나19’ 여파에 영세업자들 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3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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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만 200만 원인데… 이달엔 월세 내기도 빠듯합니다.”

13일 점심 무렵 서울 종로구 한 피부관리샵.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온 사장 김모 씨(55)는 대뜸 한숨부터 내뱉었다. 이 샵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10명 이상 고객들이 찾았다. 하지만 요즘엔 단 1명도 오지 않는 날이 적지 않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주 결국 직원 1명을 내보냈다. 너무 미안했지만 다 죽게 생겨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가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라지만, 영세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뭣보다 고객과 신체 접촉을 하는 ‘대면 서비스’ 업체들은 여전히 직격탄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13일 오후 6시경 서울 서대문구 한 대형사우나. 180평에 이르는 여탕 내부엔 손님 3명뿐. 그마저 서로 멀찍이 떨어진 채 있었다. 4년 넘게 근무해온 세신사 양종덕 씨(66)는 “경력 40년인데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단골손님도 다 끊겼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최근 매출은 지난달의 반도 안 된다. 혹시 하는 마음에 단골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자식들이 걱정된다고 가지 말란다”는 답만 돌아왔다. 금천구 한 사우나에선 이달 초 세신사 한 명이 “생활비도 못 번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구하겠다”며 일을 관뒀을 정도다.

고객과 마주보고 앉아 손을 만져야 하는 네일아트 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45·여)는 설 이후 신종 고객 발길이 뚝 끊겼다. 한 명도 오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란다. 김 씨는 “오늘 단골이 찾아와 겨우 1명을 받았다”고 씁슬해했다. 성동구의 한 네일숍도 13일 고객이 딱 1명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란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러다 월세는커녕 생계 걱정을 해야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체로 대면 서비스 업소들은 매달 실적에 따라 월급을 받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이 끊기면 임금 자체가 확 줄어든다.

서울 강남구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24·여)는 “인센티브가 확 줄어 이달 월급으론 카드 결제대금 막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요즘 원래는 가장 바쁜 휴일에도 집에만 머무르는 날이 많다. 고객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해 나가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평소 받던 월급으로도 생활이 빠듯했는데, 이달엔 반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일부 업소는 체온을 측정해 발열 증세가 없는 고객만 받는 등 자구책까지 마련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피부관리샵 대표는 “본사에서 ‘모든 고객의 체온을 잰 뒤 37도 이상이면 돌려보내라’는 지침도 내려졌다”고 했다. 영등포구 문래동 한 미용실은 출입문에 ‘중국 우한에서 왔거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도 붙였다. 미용실 관계자는 “직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등 청결과 예방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고객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다시 찾아와주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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