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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관광객 태우고 ‘쪽탕 뛰기’… 위험 안고 달리는 스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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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관광객 태우고 ‘쪽탕 뛰기’… 위험 안고 달리는 스쿨버스

윤다빈 기자 입력 2019-11-06 03:00수정 2019-11-06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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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전 등교하던 고교생을 태우고 가다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낸 통학버스 운전사는 일명 ‘쪽탕’을 뛰는 운전사였다. ‘쪽탕’은 버스를 소유한 통학버스 운전사들이 관광버스 운행 등 개인적으로 따낸 일거리를 말한다. 지입 차량으로 운행되는 통학버스만 몰아서는 생계유지가 쉽지 않아 하루에도 여러 건의 쪽탕을 뛰어야 한다는데…. 》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4년째 통학버스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A 씨(63)는 1일 오전 5시 45분경 눈을 떴다. 학생들을 늦지 않게 등교시키려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오전 6시 반부터 학교 인근의 아파트 3곳을 돌며 학생들을 태운 뒤 학교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전 7시 28분이었다.

A 씨는 고교생들을 등교시켰던 버스를 몰고 학교에서 6.4km 떨어진 어린이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이 학원에 다니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등하원 운행도 맡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오전 8시경 유치부 아이들을 등원시켰고 오전 9시 반엔 체험학습장인 송파구의 한 소방서까지 아이들을 태워다 줬다. 오후 2시경 다시 아이들을 태우고 영어학원으로 돌아온 A 씨는 이후 3시간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아이들의 등하원을 위해 차를 몰았다.

A 씨는 이렇게 고등학교와 영어학원 2곳에서 일하고 한 달에 280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A 씨가 속한 운송회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35만 원을 주고 운전자보험료 10만 원, 4대 보험료 15만 원, 한 달 유류비 80만 원, 차량 유지보수비 10만 원을 빼고 나면 남는 건 130만 원뿐이다. A 씨 소유의 차량은 운송회사에 등록해 일감을 받아 일하고 보수를 지급받는 이른바 ‘지입 차량’이다. A 씨는 운송회사로부터 일감을 받는 대가로 수수료를 회사 측에 지급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 씨는 영어학원 운행을 마쳐도 곧바로 쉴 수 없는 형편이다. 이때부터 A 씨는 통학차량 운전자들 사이에서 일명 ‘쪽탕’으로 불리는 운행에 나선다. 쪽탕은 버스를 소유한 운전사들이 개인적으로 따낸 일거리를 말한다. 이날 A 씨는 2차례 쪽탕 운행을 했다. 오후 6시경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한 건설사로 가서 직원들 퇴근 운행을 맡았고, 오후 7시 25분엔 경기 하남시의 한 사회복지시설로 가 아이들의 귀가 운행을 책임졌다. 쪽탕 운행을 마친 A 씨는 다시 송파구의 고등학교로 차를 몰아 학생들을 태우고 하교시켰다. 하루 운행을 모두 마친 A 씨가 이날 귀가한 시간은 오후 11시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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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전 등교하던 고교생들을 태우고 가다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낸 통학버스 운전사 정모 씨(47)의 하루 운행 일정도 A 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료 운전사들에 따르면 정 씨는 새벽부터 아침기도를 가는 교회 신도들을 태워다 준 뒤 고교생들을 태우고 학교로 갔다. 사고 당일 정 씨가 몰던 버스에 타고 있던 고3 학생 1명이 숨졌다. 정 씨는 고교생 등교 운행을 마친 뒤엔 곧바로 송파구의 한 영어학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등원 운행을 하기로 돼 있었다. 정 씨의 차량도 A 씨와 마찬가지로 지입 차량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고교 통학버스 운전사로 일하는 박모 씨(51)는 주말에 관광버스 운행을 한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고교 통학버스를 모는 김모 씨(61)는 “주말에도 관광버스 운행을 하다 피로 운전으로 사고를 낼 뻔한 적이 있다”고 했다. A 씨는 도착 예정 시간에 대기 위해 속도를 내다 사고를 낸 적이 있다.

영국, 독일 등에서는 학교가 아닌 지방정부가 운송회사와 직접 통학버스 계약을 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지입 차량이 통학버스로 쓰이는 일이 없다. 미국의 경우 학교 측이 통학버스를 직접 운영하거나 특정 업체에 운영을 맡기더라도 공인받은 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스쿨버스#쪽탕 뛰기#운송회사#개인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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