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땡하면 회식 끝”… 노래방 30년 전성기 저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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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 이후 회식문화 바뀌어… 2, 3차 단골 유흥장소는 옛말
전국 노래방 수 3만2796개로 감소… 작년엔 폐업이 창업의 2배 육박
당구장-커피숍 등 증가도 영향

“요즘 누가 2차로 노래방을 가요. 9시 ‘땡’ 하면 회식 끝이죠.”

직장생활 12년 차인 박모 씨는 부서 회식 때 노래방을 안 간 지 5년이 넘은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이 입사했을 때만 해도 회식의 ‘종착지’는 당연히 노래방이었다. 자정을 넘어 도착한 노래방에서 직장 상사의 노래에 춤을 추며 흥을 돋우는 역할은 부서 막내였던 박 씨의 몫이었다. 하지만 요즘 회식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회식은 가볍게 1차 장소에서 오후 9시쯤이면 끝난다. 술을 좋아하는 직원만 따로 2차를 간다. 박 씨는 “직장 상사들도 부하 직원 눈치를 많이 보고, 자칫하면 노래방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길 수도 있다”며 “2, 3차에 노래방 가는 건 완전히 옛날 일이 됐다”고 말했다.

30년간 국민들의 단골 유흥 장소였던 노래방이 사라지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추구,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삶의 방식과 직장 내 회식 문화가 달라지면서 노래방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28일 발표한 ‘노래방 현황 및 시장 여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노래방 수는 2011년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1년 3만5316개였던 전국 노래방 수는 점점 줄어들어 올해 5월 3만2796개가 됐다. 신규 창업보다 휴·폐업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노래방이 등장한 1991년 이후 가장 적은 766개가 신규 등록했고 폐업 수는 그 두 배인 1413개로 집계됐다. 올해 5월까지의 신규 등록 수도 2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5건)에 비해 줄었다.

한때 유행을 탔던 코인노래방도 최근엔 주춤한 상황이다. 코인노래방은 기존 노래방보다 방 크기가 작고 요금을 시간 단위가 아닌 곡 단위로 지불한다. 코인노래방의 신규 등록 수는 2012년 17건에서 2017년 778건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409건으로 다소 줄었다.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늘고 있는 것도 노래방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커피숍, 당구장, 스크린골프 등 노래방을 대체할 수 있는 여가 시설은 늘고 있다. 국세청의 올해 4월 기준 사업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8월 대비 커피숍은 1만8807개, 당구장은 1673개, 서점은 259개가 각각 늘었다. 최근에는 새벽까지 회식을 이어가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을 주기보다는 커피숍에서 술을 깨면서 회식을 끝내는 문화도 늘고 있다.

이택수 KB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래방 수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소비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라며 “노래방도 상권별, 목표 고객별 특화된 서비스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노래방 폐업#주 52시간 근무제 도입#회식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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