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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먼저 온 미래’ 제대로 준비하고 있나[오늘과 내일/이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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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먼저 온 미래’ 제대로 준비하고 있나[오늘과 내일/이성호]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입력 2020-01-15 03:00수정 2020-0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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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급가속에도 교육정책 소걸음
학교 통폐합 등 정교한 현장정책 필요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모든 초등학생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맞추자.”

2018년 8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내놓은 공식 제안이다. 저출산과 사교육 과잉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였다. 저출산위는 2023년까지 시범 실시, 2024년 전면 실시라는 로드맵을 마련해 교육부와 협의를 시작했다.

당시 소식을 듣고 반색한 학부모가 많았다. 대부분 맞벌이다. 1, 2학년 어린 자녀를 잠시나마 더 학교에 둘 수 있어서다. 위험한 ‘학원 뺑뺑이’ 대신 좋아하는 선생님과 함께 있는 것에 안심하는 건 당연하다. 형제나 자매, 남매를 둔 학부모는 더욱 반겼다. 형, 누나와 함께 끝나면 더 안전한 하굣길이 될 수 있으니까. 실제 미국에서는 모든 초등생이 같은 시간에 등하교한다. 형제자매가 손잡고 스쿨버스를 타고 내리는 게 자연스럽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초등생들은 학년별로 따로 하교한다. 저출산위가 이런 제안을 했다는 걸 아는 학부모도 별로 없다. ‘초등생 동시 하교안’은 어떻게 됐을까. 확인해보니 공식적으로 ‘유보’ 상태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의 반대가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한 조사에서 교사 반대율이 95%를 넘었다. 업무 과중을 이유로 들었지만 책임 문제에 대한 불만도 컸다고 한다. 방과 후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지느냐는 것이다. 초등생 동시 하교는 유보가 아니라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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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강서구 염강초교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열렸다. 염강초는 올 3월 문을 닫는다. 서울에서 학생 수 감소로 폐교하는 첫 번째 공립학교다. 서울은 처음이지만 지방에서는 1980년대부터 폐교가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여전히 우왕좌왕이다. 서울 마포구 창천초와 창천중 통합은 학부모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기존 초·중학교를 합쳐서 운영하는 건 서울에서 처음이다. 그런데 결정 과정이나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대학은 어떨까. 지방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을 거라는 전망은 낙관론이 됐다. 지금은 한꺼번에 망할 거라는 우려가 대세다. 지방의 전문대학에서는 공학 전공 교수가 간호학이나 물리학을 가르치는 등 황당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도권 대학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홍콩 시위가 절정일 때 서울 일부 대학에선 한국과 중국 학생이 물리적 충돌까지 빚었다. 서울의 주요 대학에 중국인 유학생이 그렇게 많은 걸 비로소 알게 됐다. 외국인 유학생이 서울로 몰리자 지방대학은 다시 어려움에 처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올해 ‘각별히’ 챙길 교육정책 10가지를 소개했다.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방안,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 고교 학점제 추진, 학교공간 혁신,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사학 혁신 방안, 대학·전문대학 혁신 지원 방안,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 학령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다짐이 있었지만 새롭거나 구체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 달 2019년 연간 출생아 집계가 발표된다. 지난해 10월까지 전국 출생아 수는 25만7965명.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미래는 조금 먼저가 아니라 이미 성큼 다가섰다. 그러나 우리 교육당국은 아직도 너무 먼 미래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조금 먼저 온 미래#저출산#학교 통폐합#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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