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실 잘못 찾았지만 수능 ‘만점’…긍정과 동기부여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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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4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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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한영외고 재학생 최준영군이 4일 서울 강동구 한영외고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한영외고 재학생 최준영군이 4일 서울 강동구 한영외고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신분증을 놓고 왔는데 고사실까지 잘못 찾았어요. 근데 막상 국어영역 시험지를 받을 때는 아무렇지 않더라고요. 그냥 액땜했다고 생각했습니다.”

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만점 성적표를 받아든 최준영 군(한영외고 3)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만족하고 안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수·탐을 비롯해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와 한국사에서도 한 문항도 틀리지 않은 만점자다. 평소에도 큰 걱정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최군은 ‘동기부여’를 만점 비결로 꼽았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에서도 틈틈이 관련 책을 읽으며 역사학도의 꿈을 꿨다. 학생부도 대부분 역사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좋아하는 분야를 마음껏 연구하는 학자가 된 모습을 꿈꾸며 힘든 수험생활을 버텨냈다.

그는 “우직함을 유지하려면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동기를 찾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확한 목표와 동기 덕분인지 슬럼프도 없었다.

하나의 변수라도 지워야 하는 수능 당일, 최 군은 신분증을 놓고와 절차에 따라 서약서를 쓰고 시험을 치렀다. 고사실 번호도 착각해 다른 교실에 갔다 뒤늦게 제자리를 찾았다.

악전고투 끝에 국어영역 시험지를 받은 그는 ‘액땜했다’ 생각하며 마음을 잡았다. 유들유들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멘붕’에 빠지지 않고 평소처럼 시험을 치렀다. 14번이 조금 까다로웠지만 답을 적은 뒤에는 미련을 두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수학 나형을 응시한 그는 평소와 달리 21번과 30번을 먼저 풀었다. 본인도 “그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웃음지었다. 평소에는 간간히 계산 실수를 했지만 이날은 먼저 푼 두 개가 잘 풀리니 나머지는 술술이었다. 영어영역은 외고 내신을 준비했던 경험으로 큰 고비 없이 넘겼다.

사회탐구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는 수능 문제집이 아닌 중학교 때부터 읽었던 책들이 큰 도움이 됐다. 최군은 “역사에 대한 관심 덕분에 선행 아닌 선행을 한 셈이 됐다”고 했다.

최군은 “집중력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동기가 있는 만큼 자신과의 약속도 꼭 지키는 끈기도 있다. 하루에 국어와 수학 모의고사 하나씩, 사탐 개념학습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마무리짓고 집에 돌아왔다. 그 흔한 대치동 학원도 안 다녔다. 독서실에서 돌아오면 밤 11시 잠자리에 들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부모님은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최군은 “두 분 다 저를 믿어주셨다”고 말했다.

외고로 진학한 건 역사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동양사에 관심이 생기자 자연스레 중국어로 마음이 쏠렸다. 유학파 출신이 아니지만 중국어과를 다니며 원서를 탐독하는 수준이 됐다.

공교롭게도 그가 다닌 한영외고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학교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최준영군이 자주 찾는 교내 도서관  청람관에서 만점 성적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뉴스1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최준영군이 자주 찾는 교내 도서관 청람관에서 만점 성적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뉴스1

최군은 “외고를 경험 해보니 대학 진학을 떠나 외국어 교육을 정말 열심히 시킨다”며 “꼭 어학 관련 학과로 가지 않더라도 외국어 하나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어떤 분야로 진출하든 굉장히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외국어가 낯설었던 학생이라도 졸업 때에는 전공 언어 하나는 확실히 익혀 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군의 3학년 담임인 최규동 교사는 “준영이는 수학과 컴퓨터도 잘한다”며 “성실하고 집중력이 좋은 융복합 인재”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본인의 진로에 대한 열정과 동시에 학업 성적까지 좋은 친구는 준영이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최군은 모의고사에서는 줄곧 1등을 차지했고 내신은 14등이다.

최군은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경제사를 제대로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시로 서울대 경제학부에 지원할 예정이다. 훗날 교수나 연구자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고3을 힘든 1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초등학교 때 시작한 12년 공부의 마지막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지난 11년을 되돌아보면 누구든 자신만의 공부법은 있을 거에요.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설적인 밴드 퀸(Queen)을 좋아한다는 최군은 “올 겨울 베이스 기타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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