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세월호 재수사, 가슴속 노란리본 풀어내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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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많은 청년들이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이 중 한 가문에서는 네 명의 형제가 모두 참전하게 됐죠.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형제 중 세 명이 전사했습니다. 막내 제임스 라이언 일병이 프랑스 전선에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미국 행정부는 세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막내만이라도 돌려보내기 위해 구출 작전을 지시합니다.

노르망디 전선의 미군 사령부는 이 특별한 임무를 밀러 대위에게 부여합니다. 별도의 팀을 구성해 작전에 들어간 밀러 대위는 두려워하는 대원들을 설득해 가며 극적으로 라이언 일병을 찾아냅니다.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의 내용입니다. 단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작전을 감행하는 장면이 여운을 남깁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재난 현장에서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여러 사람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항 인근 해상에서 우리 선박 골든레이호가 전도됐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미국 해안경비대원들은 배 안에 갇혀 있던 한국인 선원 4명을 구하기 위해 41시간의 사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장면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인간의 생명이 절대적 가치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남아있습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십 년이 지난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국기로 감싸 송환하는 이유 역시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11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안산지청장)이 꾸려지면서 재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수사에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세월호 관련 모든 의혹을 최종적으로 정리한다는 각오로 임하라”라고 지시했습니다. 특별수사단은 모든 의혹을 초(秒)와 분(分) 단위로 낱낱이 밝히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참사 원인, 인명 구조 당시 상황, 기존 조사·수사 과정 등 사실관계 전반에 대한 구체적 규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재수사는 지난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2기)의 ‘헬기 이송 의혹’과 ‘폐쇄회로(CC)TV 조작 의혹’ 발표를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헬기 이송 의혹은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에 의해 구출된 학생 A 군에 대한 부실 구조 의혹을 말합니다. 맥박이 살아있고 산소 포화도가 남아 있는 A 군을 장시간 배로 이동시키면서 숨지게 한 경위가 미심쩍다는 것입니다. 당시 의사는 신속 이동을 권유했지만 헬기에는 해경청장이 대신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15일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122명을 검찰에 고소·고발할 방침입니다. 당시 청와대 등 정부 책임자, 현장구조 및 지휘 라인, 수사·조사 압력 행사 등 방해 세력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사 발생 후 5년이 지났지만 세월호는 아직 우리 마음속에 아픔으로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인간의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재수사를 통해 우리의 죄의식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고 가슴속 노란 리본을 마침내 풀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세월호#재수사#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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