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육식 대신 채식으로 기후변화 막을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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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장의 닭들이 A4용지 한 장 정도의 케이지에서 길러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School strike for climate)’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기후행동’이 결성돼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툰베리는 정치를 통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투표권이 없는 그녀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위를 선택한 이유죠. 그런데 툰베리가 선택한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채식입니다. 환경을 보호하는 데 채식이 왜 유용한 걸까요?

○ 채식으로 기후 변화가 가능하다!


현재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고기는 공장에서 만들어집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는 돼지 1043만1903마리, 닭 1억7274만3479마리, 오리 645만9836마리, 소 318만7921마리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얼핏 봐도 우리나라 인구보다 훨씬 많은 숫자죠?

이 많은 동물들은 어디에 살고 있길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걸까요? 동물 대다수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 방법으로 길러지고 있습니다. 닭의 경우 한 마리가 공장에서 사는 면적은 0.075m²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A4 한 장(0.06237m²) 정도의 크기입니다.

숨겨진 동물들이 내뿜는 분뇨량은 엄청납니다. 분뇨에서는 이산화탄소보다 기후온난화지수(GWP·Global Warming Potential)가 21배나 높은 메테인 가스가 방출되죠. 전 세계 가축 농장 90% 이상이 공장식 축산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동물이 메테인 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거죠. 반면 아마존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열대림을 밀어버리고 있습니다.

공장식 축산은 오염된 사료, 항생제와 살충제 남용, 유전자 변형 가축 등의 문제를 낳습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만든 ‘밥상의 탄소발자국’ 계산 프로그램에 따르면 육류로 만든 음식의 탄소배출량이 다른 음식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올해 9월부터 뉴욕시 모든 공립학교에서 월요일마다 ‘고기 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을 실시합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은 2003년 미국 블룸버그 고등학교에서 시작됐습니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제안하면서 전 세계 40여 개국으로 확산됐죠. 우리나라에서도 전북도교육청 산하 일부 학교가 실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2014년부터 매주 금요일 중식을 채식으로 제공해왔습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나무 35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게 됐죠.

채식을 학교 급식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돼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선 급식 담당자들이 채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그에 따른 인력 충원도 필요하고, 부가적으로는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겠죠. 현재 급식은 만족도 평가를 하게 돼 있는데, 사실 아이들은 고기반찬이 많아야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도적인 모순을 해결해야만 채식 식단 적용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선 학교에 채식 급식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공장식 축산을 줄여나갈 필요도 있습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육류는 생산 단계에서 탄소가 엄청나게 배출됩니다. 사육 과정에서 벌어지는 잔인함도 심각한 문제죠. 넓은 환경에서 적은 수의 동물을 건강하게 키운다면 탄소 배출도 줄어들 수 있고 환경 보호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공장식 축산을 중단하면 사람들이 먹을 육류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거란 반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를 보면 육류 단백질 과다 섭취로 성인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지방 에너지 이용률이 1998년 20.8%, 2001년 23.4%, 2005년 24.0%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지방 섭취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또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소아, 청소년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섭취하면서 2017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자가 전체의 10%에 달했다고 합니다.

○ ‘비폭력 급식’으로 환경 보호에 동참하자!


채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완전 채식을 하는 비건과 그렇지 않은 락토, 오보, 락토 오보 등이 있죠. 학생들에게 당장 비건 채식을 권장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어떻게 하면 고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채식을 권하고 환경 보호에도 동참하도록 할 수 있을까요?

이른바 ‘비폭력 급식’을 대안으로 제시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지금 우리 식단은 많은 부분이 동식물에 폭력적인 환경입니다. 식물의 경우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쓰다 보니 흙을 혹사해 회복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죠. 공장식 축산도 동물을 학대하고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같은 물질이 동물과 우리 몸을 병들게 합니다.

이러한 폭력에서 벗어나 친환경 농산물과 자연 방사 동물 축산물을 늘려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비폭력적 재료로 식단을 만들어 제공하는 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다 같이 합의한다면 기후 변화를 막는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비폭력 급식이 정착되면 락토 오보 채식부터 단계적으로 비건 채식까지 그 수준을 높여갈 수 있습니다. 비폭력 급식처럼 우리 생활 속에서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이수종 서울 신연중 교사
#채식#비건#비폭력 급식#청소년 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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