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교육의 디지털화… 소통과 활용위한 솔선수범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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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화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최재화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21세기 현재, 인터넷 환경은 사람들과 기계들이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를 만들고 있다. 분석과학 기술들 또한 이러한 연결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디지털 정보, 이른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 분석하는 수준으로 급격히 발달했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변화, 즉 ‘디지털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교육분야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은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교육 분야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분야 선진국 전략의 특징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 정보의 사용과 해석의 주체를 연구자 혹은 관리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순위 점수를 위한 총괄평가에서 탈피하고 맞춤형 진단 및 형성평가를 지능화해 즉각적인 분석과 피드백을 학습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교수 및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

둘째, 다양한 측정·통계 분석 기법들과 디지털 기술을 통합해 학습 정보를 분석하는 평가공학(Assessment Engineering)을 활용한다. 평가공학이 추구하는 디지털 평가는 전통적인 지필시험과 달리 평가 혹은 학습 서비스를 하나의 디지털 시스템으로 간주한다. 자동화를 통해 지능화 혹은 개별화에 따르는 인적·시간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서비스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사회 집단 간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다.

셋째, 다양한 학습 서비스들이 서로 연결되고 평가공학 기술과 학습 데이터를 공유하는 학습 분석 플랫폼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첨단 학습 서비스들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관리 할 수 있으며 중복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평가공학 기법들을 표준화하고, 과거 학교 안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서비스에 분산되었던 학습 데이터를 진정한 빅데이터로 통합해 혁신의 원료로 사용하게 한다. 미국의 경우, 산학연 컨소시엄들이 주체가 되어 이러한 혁신을 이미 10년째 지속하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전환의 현주소는 과연 어떠한가. 아쉽게도 한국은 최첨단 기술 인프라에 비해 평가공학의 학문적·산업적 환경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모든 표준평가가 디지털로 제공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표준화된 디지털 평가가 전무하다.

수능과 같은 순위정보 중심의 총괄 검사에 중요한 결정들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으며 아직도 지필검사의 시험 보안과 공정성 딜레마에 갇혀 있다. 각종 교육 데이타는 구시대적 보안 정책에 의해 산재되어 묶여 있으며 평가 제작과 분석 방법도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리는 고비용 저효율 방법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지능형, 실시간, 그리고 예측형 학습 분석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이 교육 분야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에듀테크 산업 전반의 발전을 해치는 공사 영역 간 중복 투자와 부당 경쟁이 증가하고 있으며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와 투자자를 현혹하는 일도 있다. 교육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각 분야 주체들이 담당해야 하는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하는 범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

많은 교육 전문가는 우리 아이들이 미래 지식정보기반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소통하며 실제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역량이 육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한국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그러한 활용과 소통을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솔선수범하며 적용하는 어른들이 아닐까.

최재화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교육#에듀플러스#최재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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