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3 40%가 “장래희망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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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직업 1순위는 공무원 19.9%… 2위 이공계 전문직보다 2배 높아
“스스로 할수있는 일 몰라” 73%… 교육계 “진로찾기 더 도와줘야”


“희망하는 직업요? 그런 거 없어요.”

서울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 10명 중 4명이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일도, 되고 싶은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장래 희망하는 직업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공무원’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4일 여명 서울시의원이 발표한 ‘서울시 중학생 대상 진로·직업 인식 여론조사’ 결과다. 여 의원이 올 6월 여론조사업체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지역 중학교 3학년생 13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래 희망하는 직업이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학생 555명(39.9%)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73.1%)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장래를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음’(32.1%), ‘한 가지로 정하기 어려움’(21.2%), ‘직업의 종류를 자세히 모름’(14.9%), ‘가족의 기대와 내 적성이 다름’(6.1%)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장래 희망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한 직업은 공무원(19.9%)이었다. 다음은 건축 설계사나 게임 개발자, 공학 연구원 등 이공계 전문직(10.4%)이었다. △문화예술(안무가, 가수, 배우 등) 10.2% △법조·의료(변호사, 판사, 의사 등) 9.8% △인문계 전문직(광고 기획사 직원, 대기업 사무직 등) 9.7% △운동선수(골프선수, 축구선수 등) 7.2% △방송제작(드라마 PD, 뉴스 PD, 방송작가) 7.2% 등도 언급됐다.

그러나 상급학교 진학 때 희망 직업을 기준으로 삼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고등학교 진학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는 ‘학업성적’(30.9%)이었다. ‘적성·취향’(21.9%), ‘장래 희망’(15.8%), ‘대학 진학’(11.5%), ‘특별한 이유 없음’(9.2%)이 뒤를 이었다. 적성이나 희망보다 ‘학업성적을 높여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에서 고교를 선택하는 학생이 더 많았다.

교육계에서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어릴 때부터 게임이나 영상물에 몰입한 것이 학생들의 수동적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보다 일찍부터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장래 희망조차 없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직업에 대해 흥미를 갖도록 관련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찾게 놓아둘 것이 아니라 교육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진로교육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장래희망#중학생#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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