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교수 아들 인턴한 서울대 센터, 9년간 고교생 공개선발 ‘0’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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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의혹 파문 확산]고3때 인턴, 어떻게 가능했나 의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28)과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책임저자인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의 아들(28)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9년 5월 서울대 법대 법학연구소 산하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해당 센터에서는 2007년 이후 고교생 인턴을 선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당시 조 후보자는 공익인권법센터 참여 교수 중 한 명이었다.

○ 인권법센터 인턴 모집 13건 중 고교생 선발은 없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법대 홈페이지에 게시한 인턴 모집 공고는 모두 13건이다. 이 중 인턴 지원 조건으로 대학생 이상의 자격을 요구한 게 4건이었고, 대학원생 이상의 자격 요건을 요구한 경우가 9건이었다. 고교생이 지원할 수 있는 인턴프로그램은 없었다. 센터 측은 인턴신청서의 학력 입력 칸에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만 기재하도록 하거나 홈페이지에 올린 인턴 모집 영문 공고에서도 자격 요건을 ‘Graduate School(대학원)’이라고 명시했다.

13건의 공고 중 6건은 국제인권법 강의 지원 조교를 모집하는 내용이었다. 이 경우 지원 자격은 대학원생 이상으로 제한됐고 3개월간 특정 강좌를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근무 시간은 오후 6시 이후였다. 외부기관이나 해외인턴 모집도 5건이었는데,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가량 외부기관이나 해외에서 일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조 후보자의 딸 조 씨와 장 교수의 아들 장 씨가 한영외국어고 3학년이던 2009년 선발한 ‘난민 및 무국적자 관련 자료 수집 및 정리’ 인턴 역시 서울대 재학생이거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입학 예정자 포함)만 지원할 수 있었다. 이 인턴십은 2009년 2월부터 8월까지 주당 6∼8시간 근무하는 조건이었는데 당시 고교 3학년이던 조 씨와 장 씨가 참여하기는 어려운 일정이었다. 당시 조 씨는 2주가량 인턴을 한 뒤 활동 경력을 고교 생활기록부에 기재했다. 장 씨는 미국 듀크대 입학 서류에 해당 경력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13건의 인턴 모집 공고 중 활동 기간이 4주 미만인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4주 이상 6개월 미만’이 11건이었고, 6개월 이상이 2건이었다.

○ 서울대 법대 교수들 “고교생 인턴 처음 들어”… 인턴 품앗이 가능성

조 씨와 장 씨가 고교생 신분으로 서울대에서 인턴을 할 당시 법대에 재직했던 교수들은 “고교생 인턴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용인 서울대 로스쿨 교학담당관은 “서울대 로스쿨이 생긴 이래로 고교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식 인턴 프로그램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와 장 교수가 자녀들의 ‘스펙 관리’를 위해 일종의 ‘인턴 경력 품앗이’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조 씨는 2007년 7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12일 동안 장 교수가 소속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 활동을 한 뒤 2009년 3월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장 씨는 조 씨와 함께 2009년 5월 조 후보자가 참여했던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특정 교수가 개별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교생을 인턴으로 참여시켰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2010년 서울대 로스쿨 학생부학장을 맡았던 고학수 교수는 “연구센터 등에서 인턴(프로그램)으로 이름을 붙이고 운영하는 것은 알기 어렵다”며 “예컨대 특정 교수가 고등학생을 데려다 놓고 일을 시킨 다음 ‘넌 인턴이다’라고 하면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익인권법센터 담당자는 “인턴 투입은 센터가 한 게 아니라 교수들이 알아서 데려오는 식이었다”며 “(고교생 인턴은) 모집 공고를 내고 뽑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뽑힌 고교생 인턴은 행사 보조 등의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박준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국제학술대회 등 행사의 진행요원이나 보조인력을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불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씨가 2009년 참가한 유엔인권정책센터의 ‘제네바 유엔 인권 인턴십 프로그램’의 지원자격은 대학생, 대학원생, 일반인이었다. 다만 센터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경우에는 고교생도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교생은 없었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한두 명이 포함됐다”며 “센터 회원의 자녀라든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조 씨가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활동 경력을 포함시켰지만 KIST가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공식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든 건 조 씨가 고교를 졸업하고 난 뒤인 2010년 7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2009년 3월 3일부터 9월 2일까지 6개월간 공주대에서도 인턴을 했는데, 인턴 활동 기간이 서울대 인턴 시기와 보름간 겹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다빈 empty@donga.com·구특교·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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