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특목고, 명문대 가는 지름길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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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문가 “고교유형 영향 없고 최상의 결과 내려는 학생의지 중요”

올 1월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진학 관련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올해 서울대에 지원한 학생 3명의 학업정보가 공개됐다. 학생별 출신고교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각 인문계 일반고와 종합고, 특수목적고(특목고) 출신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성적과 내신 등급 등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모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고교 유형이 입시 성공의 결정적인 잣대로 보기 힘든 대목인 셈이다.

7일 입시정보업체 진학사에 따르면 종합고 출신으로 분류된 A 지원자는 학교의 평균점수가 39.04점으로 매우 낮았고 표준편차도 21.24로 크게 나타났다. 시험이 어려워서 평균점수가 낮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표준편차를 고려할 때 상위권보다 하위권이 더 많은 구조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B 지원자는 특목고 출신으로 분석됐다, 해당 학교의 평균성적은 87.84점으로 매우 높게 확인됐다. 표준편차 역시 6.9로 A 지원자의 학교보다 작게 나타났다. 두 지원자는 성적 분포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지만, 자신이 다닌 고교의 유형과 상관없이 모두 서울대에 합격했다.

교육당국은 최근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비롯한 특목고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학교들이 고교 입시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뿐 아니라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사고와 외국어고,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에 들어가면 일반고보다 명문대 진입이 수월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고교 유형은 종합적인 학생 학업역량 평가를 위해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대학은 학생들의 정확한 학업성취도 파악을 위해 교과목 성적뿐 아니라 서류와 면접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다. 이때 학생의 특목고 출신 여부를 알면 교과목 성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특목고 학생이 일반고 학생보다 내신 성적이 낮더라도 학교의 평균적인 학업 수준이 높았다면 그 차이를 반영해줘야 공정한 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입 전형을 살펴봐도 특목고 진학이 성공적인 명문대 입학을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이 높은 전형에서는 특목고 학생에 비해 일반고 학생이 유리하다. 교과 성적이 불리한 특목고 학생들은 지역균형선발 전형에서 합격할 확률도 낮다. 무엇보다 대학 입시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수능중심전형, 특기자전형 등 다양한 유형이 있기 때문에 특정 고교 유형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거나 불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따라서 성공적인 대입을 위해서는 고교 유형이 아닌 ‘학생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카더라’식의 막연한 추정보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성장하려 노력하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의 이야기를 신뢰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자사고#특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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