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아이도 커서 겪을 문제” “맞벌이라 좀 불편”…‘급식대란’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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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3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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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저희 아이들도 커서 겪을 수 있는 일이에요. 그 분들 처우를 교육부에서 개선해주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을 것 같아요.”

“맞벌이라 다소 불편해요. 3일 동안 도시락을 싸야 해서요.”

조리사를 포함한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일부가 1일 일손을 놓았다. 5일까지 최장 3일로 예정된 급식·돌봄파업 첫날이다. 서울의 공립유치원과 초·중·특수학교 중 105개에서 급식을 중단했다. 이 중 77개교에서는 빵과 우유로 급식을 대체했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만난 학부모들은 한 목소리로 ‘큰 불편함은 겪지 못했다’며 담담한 모습이었다. 일단은 파업 첫날인데다 대부분 학교에서 대체 음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리사들을 포함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이들의 파업에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학부모들은 보고 있다.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들의 파업을 응원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몇몇 학부모들은 ‘맞벌이라 파업이 걱정’이라며 도시락을 싸야하는 일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학부모들 “큰 불편은 없어”… 조리사들 입장 이해해주기도

초등학교 앞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만난 A씨(40대·여)는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은 따로 도시락을 싸오고 다른 학생들은 학교에서 준비한 빵과 우유를 먹을 것”이라며 “(조리사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서 파업을 하고 있고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학교 옆 체육관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체육수업을 지도하던 선생님과 학부모들도 대체로 비슷한 반응이었다. 당장의 불편함보다는 파업에 대해 크게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B씨(40대)는 “예전에 급식실 견학을 가봤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급식을 만들어주는 조리사들을 보고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다”며 “우리 아이들도 앞으로 커서 겪을 수 있는 일이라서 교육부도 지금 그 분들의 처우를 개선해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B씨는 3일 동안 파업을 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어쩔 수 없다. 그 분들도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는 아침에 자녀에게 자두와 토마토, 키위를 추가로 들려보냈다고 말했다.

체육관에서 만난 초등학교 선생님 C씨(20대·여)는 “이 분들이 오늘을 파업기간으로 잡은 건 중고등학교가 시험기간이어서 그렇다고 들었다”며 “이 분들 나름대로 배려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업을 계속 해도 교사로서 괜찮냐’는 질문에 “이 분들의 생각이 옳든 그르든 이를 포용해주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평소보다 불편하긴 하겠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학교 바깥으로 나오던 성동고등학교 3학년 서성호 학생은 “오늘은 시험이 있어서 원래 급식이 없는 날”이라며 “급식 일을 하는 분들이 힘든 지 평소에 알지 못했고 복지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초등학교 옆 골목에서 만난 학부모 D씨(40대·여)는 “파업기간이 길어지면 불편해질 것”이라며 “여름이라 음식을 싸기도 힘들다”라고 다소 걱정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도 편의점의 주문량이 소량 늘어난 것을 빼고는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초등학교 교문 앞은 조용했고 근처 빵집과 도시락집 점주들도 급식파업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앞 돈까스도시락집 점주는 “오늘 특별히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거나 학교로 들어가는 주문도 별로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 홍선아씨(48·여)는 “평소에는 낮 12시 넘어서 빠지던 물건이 오늘은 오전 9시에 다 빠졌다”며 “오늘 학교에서 급식을 안해서 그런줄 알게 됐다”고 했다.

◇12시 빵과 우유, 디저트 제공…맞벌이 학부모 도시락 부담 호소

은평구 소재 초등학교에서는 평소와는 달리 빵과 우유가 담긴 철판이 등장했다. 메뉴는 소보로빵, 비타민주스, 젤리, 견과류바, 마들렌, 우유. 중구 소재 초등학교 급식 메뉴도 비슷했다.

배식시간에 앞서 도시락을 포장해 학교 보안관에게 전달하는 학부모도 보였다. 강남 소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는 맞벌이 부모 박모씨(37·여)는 “맞벌이들은 고충이 많다”며 “학부모 카톡방에서 불만이 나온다”고 걱정했다.

박씨는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와 불편하다”며 “내일도 도시락을 준비해서 보낼 예정”이라고 들려주었다.

은평구 소재 초등학교의 학교 관계자는 “오늘 파업하시는 분들이 3일 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맞벌이가 많아서 학교 급식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라며 우려했다.

선생님들은 짜장면과 피자를 시켜먹기도 했다. 강남 소재 초등학교에서는 12시30분쯤 교실에 피자 9판과 짜장면 4그릇이 들어갔다. 피자 배달직원은 “회의실에 배달 중”이라며 “선생님들이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밥 대신 빵을 먹는 점심.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오래 간만에 빵을 점심으로 먹어서 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낮 12시 쯤부터 초등학교 급식실에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3반 정도 되는 아이들 50여명이 우루루 급식실에 앉아 소보로빵을 먹었다.

은평구 소재 초등학교에서는 구청 소속 자원봉사자인 배식도우미들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줬다. 아이스홍시 등 독특한 음식이 나와 학생들은 “이렇게 나오네?”라고 들뜬 표정으로 맛있게 먹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특식이라고 엄청 기대했었다”며 “평소와 달리 아이들이 잘 먹는다”고 대견해했다.

밥을 정성껏 지어주던 조리사들이 없는 하루. 그동안 중구의 초등학교에서는 총 4명의 급식종사자가 332명의 점심을, 은평구 내 초등학교는 총 5명이 330명을, 강남구 내 초등학교는 7명이 1000명이 넘는 학생을 담당했다.

한편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서울지부 소속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 인상’등 구호를 외쳤다.

학비연대 실무교섭단은 전날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과 함께 실무협상에 돌입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학비연대는 기본급 6.24%인상 등 정규직과 차별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장이나, 정부와 교육당국은 지난 6월27일에 밝힌 대로 1.8%만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 중이든 파업 후든 사용자측이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정규직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진전된 안을 제출할 경우 언제든 교섭에 임할 예정”이라고 2일 밝힌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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