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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청춘… 돈 드는 취업, 돈 없어 알바, 돈 못갚아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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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청춘… 돈 드는 취업, 돈 없어 알바, 돈 못갚아 늪

조은아 기자 , 남건우 기자 , 장윤정 기자 입력 2019-05-09 03:00수정 2019-05-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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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는 취업… 스펙전쟁 속 교재비-응시료 부담 허덕
돈 없어 알바… 햇살론 중단돼 학원 강사-막노동 생활
돈 못갚아 늪… 빚에 눌려 개인파산, 20대 증가율 최고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이경민 씨(27)는 정오만 되면 급히 캠퍼스를 떠난다.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보습학원 강사로 일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재무·회계 강의는 수강을 포기했다. 오전에만 학교에 있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는 강의만 들어야 한다. 그는 “내년에 취업을 하려면 자산운용이나 은행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하고 학점 관리도 해야 하는데 일하느라 시간이 없어 불안하다. 당장의 생활비 때문에 큰 걸 놓치는 게 아닐까 두렵다”고 했다.

이 씨가 하루 6시간이나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기본 생활비는 물론이고 각종 자격증 응시료, 교재비 등 ‘스펙 투자비’를 대기 위해서다. 그나마 1년 전 신용회복위원회의 ‘청년·대학생 햇살론’으로 연리 5%에 300만 원을 받아 버텼는데 이마저도 2월 기금이 고갈돼 추가대출이 막혔다. 이 씨는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이 적은 수입을 쪼개 자취방 월세(30만 원)를 대주시고 있다. 생활비와 학원비까지 달라고 할 순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극심한 취업난과 주거·생활비 압박으로 20, 30대 청년들이 빚으로 생계를 꾸리는 ‘적자청춘(赤字靑春)’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부모들이 자영업 불황,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녀에 대한 지원 여력이 크지 않다 보니 생활비가 필요한 청년들이 학원가나 편의점, 심지어 공사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급전 대출을 받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8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8년 20대의 개인파산 신청 사례가 4년 전보다 28% 늘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채무조정제) 신청에서도 20대가 지난해 1만2216명으로 4년 전보다 51%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가 9%, 40대가 16%, 50대가 32% 늘어난 것에 견줘 두드러진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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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현금 살포식 청년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상적인 금융 거래에 속하는 공공 대출에는 인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청년·대학생 햇살론’은 2012년부터 연평균 1만2458명이 이용(총 3042억4000만 원 대출)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기금 고갈로 올해 2월부터 중단됐다. 과거 정권에서 만든 상품이어서 홀대를 받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학자금 지원제도 역시 여유 있는 학생에게까지 ‘나눠주기’ 식으로 운용하지 말고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년에게 지원을 집중하고 생활비 대출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남건우·장윤정 기자
#적자 청춘#취업난#알바#개인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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