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2050년엔 기술발전으로 환경문제 완전히 해결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손에 지구 모형을 든 아이들의 모습(왼쪽 사진)처럼 생태와 인류가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핵전쟁으로 파괴된 22세기의 지구를 그린 영화 ‘매드맥스’(오른쪽 사진)처럼 디스토피아가 된 미래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사진 출처 Freepik·워너 브라더스 제공
손에 지구 모형을 든 아이들의 모습(왼쪽 사진)처럼 생태와 인류가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핵전쟁으로 파괴된 22세기의 지구를 그린 영화 ‘매드맥스’(오른쪽 사진)처럼 디스토피아가 된 미래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신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사진 출처 Freepik·워너 브라더스 제공
‘저출산이 심각하다’란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합니다. 어느 정도일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신생아수는 32만6900명으로 전년 대비 8.6%(3만900명) 감소했습니다. 반면 사망자수는 29만8900명으로, 전년 대비 4.7%(1만3000명)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가 2020년대 초반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높은 집값, 교육비, 실업률 등이 있을 것입니다. 청년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할까요. ‘미래의 한국’을 어떻게 바꿔야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국내 최초의 생태경제학 박사인 최미희 씨의 논문 ‘우리나라 습지정책의 생태―경제 통합 접근’(2000년)에는 재미있는 설문이 있습니다. ‘가상적 미래 세상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설문입니다. 이는 미국의 유명 생태경제학자 코스탄자가 고안한 설문을 최 씨가 국내 상황에 맞게 인용한 것입니다.

설문에 설정된 미래는 ‘2050년’입니다. 설문자는 ①기술발전으로 환경 문제가 해소된 미래 ②기대치만큼 인류가 기술발전을 이루지 못한 미래 ③정부 규제하에 생태와 인류가 적절히 공존한 미래 ④절약적인 삶으로 지속가능 사회가 실현된 미래 중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고르면 됩니다.

이해하기 쉽게 각각의 미래는 영화 제목이나 상징적인 말로 표현돼 있습니다. 첫 번째 미래는 ‘스타 트렉(Star Trek)’, 두 번째는 ‘매드맥스(Mad Max)’, 세 번째는 ‘빅 거버먼트(Big Government)’, 네 번째는 ‘에코토피아(Ecotopia)’입니다. ‘스타트렉’은 과학문명이 발달해 우주를 누비는 영화 제목입니다. ‘매드맥스’는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빅 거버먼트’는 말 그대로 큰 정부, 환경오염 발생을 통제하는 정부를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에코토피아’는 생태학(Ecology)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된 세상을 뜻합니다.

2000년에 설문한 결과에서는 젊을수록 첫 번째 세상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여성일수록 네 번째 세상에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당시 상황에서는 이해가는 결과였습니다. 외환위기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세기말을 무사히 넘기고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면서 시민들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렇기에 젊은 세대는 기술발전에 희망을 걸고 경제가 발전할 것이란 기대를 가졌습니다. 환경 문제도 과학기술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당시 필자는 이 내용으로 수업지도안을 만들어 중학생에게 적용해봤습니다. 최 박사의 결과와 유사하게 남학생일수록 첫 번째 세상을, 여학생일수록 네 번째 세상을 선호했습니다.

그 후 2018년 같은 내용으로 중학교에서 수업을 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매드맥스’와 같은 세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반면 ‘스타트렉’ 같은 세상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습니다. 테슬라 자동차 회장인 일론 머스크가 화성 식민지 계획을 발표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은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성공해도 일부 부자들만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8년 전보다는 학생들의 생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남학생들이 ‘에코토피아’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인류가 자발적으로는 환경오염을 극복해 나갈 수 없을 것 같으므로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빅 거버먼트’ 세상에서 사는 것은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왜 일어났을까요? 우선 그동안 환경 관련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간이 과학기술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또 18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가뭄 등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높아졌습니다. 2001년 9·11테러로 시작해 현재 이슬람국가(IS)테러까지, 전쟁이 발발하지 않아도 테러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됐습니다. 혹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발달로 사건사고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설문과 수업으로 모든 청소년의 의견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경향이 바뀐 것은 확실합니다. 18년 전보다 환경 문제에 민감해졌고 과학기술이 만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현재의 청소년들은 과거보다 상당히 균형 잡힌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사실에 맹목적이지 않고 여러 가지 견해를 가진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속가능한 사회가 만들어지려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야합니다. 환경 문제도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야 해결책이 나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돼야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아닐까요. 지금 중학생이 성인이 되고 이 사회의 주류가 되는 시기에는 지금보다 더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미래는 위의 네 가지 중 어떤 세상과 비슷해질 것 같습니까?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산다면 어느 정도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만일 만족하지 못할 것 같으면 지금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행동들을 차근차근 실천해 봅시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
#기술발전#환경문제#저출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