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수연]교직 관련 소송에 보험가입하는 교사가 늘어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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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남몰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교사가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교사라는 이유로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올해 교직 10년 차인 김제윤(가명) 씨는 최근 중2 교실에서 한 남학생에게 “×발”이라는 욕설을 들었다. 수업 태도가 불량해 일으켜 세워 훈계를 했더니 돌아온 반응이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에 교사는 할 말을 잃었다. 어느 날 밤늦은 저녁 한 학생으로부터 “선생님, 지금 남자랑 있죠?”라는 메시지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도대체 교사가 어떻게 행실을 했으면…”이라는 비난이 앞설 게 뻔하기 때문이다.

연차가 낮은 여교사였기에 이런 일을 당했던 것일까. 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내놓은 ‘2018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를 보면 김 씨가 겪은 일은 단순히 교사 개인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교권침해 상담건수는 500건이 넘었고, 이는 10년 전인 2008년 249건의 2배에 이른다. 그만큼 교단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현실에서 속앓이를 하는 교사가 많다는 것이다.

‘매 맞는 교사’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사건만 11건이다. 인천의 한 고교에선 60대 교사가 2학년 남학생을 훈계하던 중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교사들은 성희롱에 시달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현행법상 초중학생은 이런 행위를 하더라도 퇴학처분을 할 수 없고, 학급 교체나 전학 등의 조치도 어렵다.

학부모들의 교권침해는 이보다 심각하다. 악성민원, 허위사실 유포 등 학부모로 인한 교권침해는 전체 상담 건수의 절반(48.50%)을 차지한다. 2017년 3월 난폭한 행동을 일삼은 학생을 훈계한 교사에 대해 한 학부모는 ‘내 자녀를 혼낸다며 머리채를 잡아끌고 발로 배를 밟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아동학대죄’로 고소전까지 벌였다.

교총이 밝힌 ‘교권 사건 소송비 지원’은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15년엔 14건에 불과했던 것이 매년 10건씩 늘어 지난해엔 45건이나 됐다. 오죽하면 교직 관련 소송에 대비한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교사가 늘어날까.

이날 교총은 만연한 교권침해로 고통 받는 교원들의 실태를 전하면서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거부되는 교실의 민낯이 반영된 결과”라며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지도수단, 방안, 절차를 명시한 생활지도 매뉴얼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을 훈육하는 것마저 매뉴얼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온 것일까. 학생의 인권은 철저히 보장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까지 용인돼서는 안 된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
#교사#교권#교직 관련 소송#교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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