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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어데 백 씹니꺼” 법정다툼 도중 ‘극적인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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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어데 백 씹니꺼” 법정다툼 도중 ‘극적인 화해’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9-11-08 11:02수정 2019-11-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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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성(姓)을 가진 두 사람이 법정에서 화해하고 합의를 마쳤다.

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형사조정 기일에 쌍방폭행 혐의로 입건된 백 모 씨(45·남)와 또 다른 백 모 씨(70·여)가 출석했다.

두 사람은 8월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열린 반일 집회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찬반을 놓고 말다툼을 벌였고, 서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촬영을 막으려 밀치다가 백 씨 여성 노인이 넘어졌다. 백 할머니는 안경테가 부러진 것 외에 큰 부상은 없었다.

이들은 경찰에 입건됐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은 폭행 정도가 심하지 않고 화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이 사건을 형사조정위원회에 넘겼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날도 말다툼을 했다. 사건 당일 각자 촬영한 영상을 제출하면서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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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할머니는 “아들 뻘이 버릇없이 대든다”며 쏘아붙였고, 남성 백 씨는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고 맞섰다.

조정위원들이 두 사람의 합의를 유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합의 실패’로 정리하려던 순간, 한 조정위원이 남성을 가리켜 “백 씨”라고 불렀다. 그러자 백 할머니가 “어디 백 씨냐”고 물었다.

남성이 “수원 백 씨다”라고 답하자, 백 할머니는 “나도 수원 백 씨다”라며 항렬을 따졌다.

백 할머니는 “집안 아들 뻘인데 백 씨 집안에는 이런 남자가 없는데 왜 그랬느냐”며 남성 백 씨를 나무랐다. 이어 “우리 악수하자”며 먼저 화해를 제안했다.

이에 남성 백 씨도 “저도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백 할머니가 “백 씨가 다른 본관도 있지만 사실 모두 한 집안”이라고 하자, 남성은 “맞다”라고 했다.

화해한 두 사람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했다.

합의서 제출까지 마친 뒤 백 할머니는 남성을 껴안고 등을 토닥이며 “다음부터 그러지 마라. 열심히 살라”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한 조정위원은 “처음엔 격하게 다퉈 합의가 어렵다고 봤는데 ‘백 씨’ 하나에 모든 게 해결됐다”고 말했다.

한편 단순 폭행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처리한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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