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前 일본총리 강제동원역사관 방문 “日 책임의식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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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2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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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친한·진보 정치인으로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鳩山由紀夫·72)가 12일 국립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하고 “일본이 전쟁 가해자로서 무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국립 일제강제동원 역사관에 도착해 전시실 입구에 놓여있던 방명록에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 역사에 대한 사과의 글을 적었다.

그는 방명록 앞에서 펜을 쥐고 잠시 멈춰 고민하는 듯 했으나 곧 신중한 모습으로 한 글자씩 써내려갔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적은 방명록에는 “식민지 시대에 많은 고통을 준 쪽의 무한한 책임 하에 마음으로부터 사죄합니다.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일제 강제동원 기록이 담긴 전시실 공간을 둘러보면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 가운데 생존자는 몇명인지 먼저 묻기도 했고 유물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질문하기도 했다.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과 관련해 당시 배에 타고있던 조선인 가운데 일본 군인으로 동원되거나 일본 육해군 소속 군무원으로 동원된 사람도 있다보니 일본 군의 정보유출을 두려워해서 일부러 침몰시켰다는 의혹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어린 소녀들이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수 많은 일본군을 상대해야 했던 위안부 위안소 재현 공간에 들어서자 하토야마 전 총리는 참담한 표정을 보였다.

이 때 하토야마 전 총리는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전시실 관람을 끝나고 7층 추모공원에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추모탑 앞에 서서 하얀 국화 바구니를 헌화하고 묵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일본이 과거 식민지 시대에 강제동원을 비롯한 여러가지 많은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해 사죄한다”며 “당시 약 2000만명이었던 조선인 가운데 약 800만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군인과 군속, 혹은 노동자로 강제동원되고 목숨까지 잃게 만든 사실에 대해서도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와 양국이 대립하고 있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인들이 (한국의)강제동원 역사관을 방문해서 겸허하게 역사적 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며 “전쟁 범죄 가해자로서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에 일본이 무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분들이 사과받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는 순간까지 사죄하는 마음을 계속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마음으로 (한국의 국립강제동원)역사관에서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책임을 가지고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총리 현직 시절 보다 과거 역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죄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도 스스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현재 저의 영향력이 (일본 내에서)낮아진 것도 사실이고 현 정권 하에서 이같은 행보를 크게 주목하지 않는 것도 현실이지만 정치권 안에서 이런 생각을 조금 더 개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벌인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대응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강제징용 때문에 양국이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는데 개인 청구권은 국가간 조약이나 협정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인권법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세계의 상식인 만큼 일본이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출 규제 조치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대일의존도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장래에 이롭지도 않고 일본에게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강제동원 문제와 엮어서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출 규제 조치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11일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와 간담을 나누기도 했다. 같은날 오후에는 부산대학교에서 ‘한반도 문제와 동아시아 평화’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한일 우호와 남북 평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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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鳩山由紀夫·72)가 12일 오전 10시7분쯤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에 전시실 유물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鳩山由紀夫·72)가 12일 오전 10시7분쯤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에 전시실 유물을 관람하고 있다.© 뉴스1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전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전시실 앞에 놓여있는 방명록에 글을 쓰고 있다. © 뉴스1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전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전시실 앞에 놓여있는 방명록에 글을 쓰고 있다. © 뉴스1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가 국립 일제강제동원 역사관 방명록에 남긴 글. ‘식민지 시대에 많은 고통을 준 쪽의 무한한 책임 하에 마음으로부터 사죄합니다.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 뉴스1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가 국립 일제강제동원 역사관 방명록에 남긴 글. ‘식민지 시대에 많은 고통을 준 쪽의 무한한 책임 하에 마음으로부터 사죄합니다.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 뉴스1

하토야마 전 총리가 12일 오전 국립 일제강제동원 역사관 5층 상설전시실에서 위안부 위안소 재현 공간과 영상자료를 참담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하토야마 전 총리가 12일 오전 국립 일제강제동원 역사관 5층 상설전시실에서 위안부 위안소 재현 공간과 영상자료를 참담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12일 오전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국립일제강제동원 역사관 7층에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추모탑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뉴스1

12일 오전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국립일제강제동원 역사관 7층에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추모탑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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