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살처분 서명 강요는 사형선고”…양돈인, 靑 청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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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1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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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밀고 서명을 강요한 ‘예방적 살처분’에 동의한 뒤 22일 만에 집으로 귀가했더니, 어린딸이 울면서 ‘돼지는 아프지 않아?’라고 물었다. 나도 눈물이 흘렀지만 ‘그럼 돼지들은 건강하지, 아직은…’이라고 맺지 못한 대답을 하면서 애써 딸아이를 안심시켰다. 이제 얼마 지나면 자식과 같은 건강한 돼지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살처분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정부의 일방적 행정명령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는 한 양돈인의 사연이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자신을 경기 연천의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A씨는 “14번째 ASF가 발생한 농장의 반경 10㎞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지금껏 애지중지 키워온 돼지들의 강제 살처분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필사적인 방역관리를 통해 ASF질병의 전염을 막아왔지만 정부의 ‘수매 후 살처분’이라는 명령서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A씨는 “3주 전 경기북부에 ASF라는 질병이 발현됐지만, 정부는 어떻게 감염됐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17일 파주에서 첫 확진 이후 우리농장을 포함한 경기북부 일대 모든 농가들은 일체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농장 내에서 오로지 방역에만 힘쓰며 정부의 지시대로 지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역본부는 역학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면서도 긴급상황이라는 명목하에 살처분 범위를 반경 500m에서 3㎞, 10㎞로 넓혔을 뿐만 아니라 해당도시에 발병이 몇 건 있다는 이유로 도시 전체의 돼지를 모두 죽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긴급행동지침에는 축산업 형태, 지형적 여건, 야생동물 서식실태, 계절적 요인 또는 역학적 특성 등 위험도를 감안한다고 돼 있지만 정부는 그 점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 살처분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광범위한 살처분 행위는 유례없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살처분 시행의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 방역정책에 동의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강제적 살처분 정책으로 인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며 “아무 문제없는 농가들도 경기북부에 위치한다는 이유, 국민불안 해소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ASF 역학관계와 근본대책을 명확히 해줘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무조건적인 돼지 죽이기 등 양돈인들의 희생과 결단을 요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면서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투자를 늘렸던 농가들은 부채가 늘어나 사형선고를 받은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양돈인들에게 대책과 보상제시 없이 일단 살처분이라는 행정명령 집행 동의서를 들이밀고 서명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ASF는 경기북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지역이기주의에 앞서서 우리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북부 농가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언급은 삼가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 경기북부는 지금 전쟁터다. 너희는 죽고 우리는 살아남아야 된다는 생각이 아닌 다함께 이 난국을 헤쳐나아 갈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시기”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낙연 총리는 지난 10일 ASF 방역상황 점검회의에서 “예방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에 속하는 한돈농가들로서는 이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원하고 있고, 또 다른지역의 한돈농가들도 예방처분에 미적거렸을 때의 걱정을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더 이상의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당지역 농민들이 크게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이제 곧 겨울이 온다. 날씨가 추워지면 소독 효과가 떨어지고 바이러스는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한돈산업 전체를 위해서 어떠한 일이 바람직한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빨리 해소시키는 현명한 판단과 신속한 조치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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