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토박이가 ‘울산사투리 모음집’ 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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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수필문학회원 조용하 씨 3만2432단어를 표준어로 해석

팔순을 바라보는 울산 토박이가 울산 사투리 모음집을 펴냈다. 울산수필문학회 회원인 조용하 씨(79·사진)가 주인공이다. 울산 북구 농소1동 원지마을이 고향인 조 씨가 최근 펴낸 ‘울산옛말’에는 울산 사투리 3만2432개를 표준어로 해석했다. 또 표준어 1만7350개를 울산 사투리로, 울산 사투리가 된 외국어 418개도 소개하고 있다. 조 씨는 총 5만200단어에 670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만들었다.

울산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기계 관련 사업을 한 조 씨가 사투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0년 자서전을 낸 이후다. 자서전에 울산 사투리로 어릴 때 놀던 이야기를 소개하자 주위에서 관심을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조 씨는 “공업도시 울산에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면서 사투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자서전을 본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사투리 모음집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3년간 울산 곳곳을 다니며 사투리를 채록했다. 새벽 재래시장에서, 마을 경로당에서, 고향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나오는 울산 사투리를 일일이 수첩에 기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3년 3월 ‘니가 구쿠이까내 내가 그쿠지’(네가 그렇게 하니 내가 그러지)라는 첫 사투리 모음집을 펴냈다.

이후 주위에서 빠진 사투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 씨는 다시 7년간 사투리를 채록해 사비로 책을 펴낸 뒤 400권을 필요한 곳에 무료로 나눠줬다. 이번에도 놓친 단어가 있을까 봐 검색 사이트 카페(하곡마을)를 통해 새로 찾은 사투리를 올리고 있다.

이 책에는 울산 사투리 ‘다부 두가’는 표준어 ‘도로 다오’로, ‘파잉교’는 ‘안 좋습니까’로 소개했다. ‘헤깝다’(가볍다) ‘세리마’(이걸 그냥!) ‘민때다’(문지르다) 등 생소한 말도 많다.

국어학자인 울산대 양명학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자기 전공도 아니고 자기 직업과도 무관한 이 엄청난 일을, 고향 울산과 앞으로의 후생들을 위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스스로 조사 연구하고 자기 돈 들여 책을 출판했다”며 조 씨의 노고를 치하했다. 조 씨는 “사투리도 지역의 언어로서 우리 조상의 얼이요, 삶이며, 그 지역의 시대적 언어문화다. 이러한 언어를 그냥 흘려버리지 말고 기록으로 남겨 지방무형문화재로 소중하게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사투리 모음집#울산수필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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