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홍상수 감독은 이혼 기각…최태원 회장은 법적 자유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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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15일 0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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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洪 이혼소송, 매우 유사한 구조…‘비슷한 결론’ 날까
‘유책주의’ 판례 변경돼야…가능성 있지만 아직 미지수

최태원 SK그룹 회장. 2018.8.14/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 2018.8.14/뉴스1
배우 김민희씨(37)의 연인인 홍상수 영화감독(59)이 아내를 상대로 한 이혼 청구가 기각되면서, 이와 유사한 최태원 SK그룹 회장(59)의 이혼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에선 최 회장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앞으로 바뀌어, 승소가 불투명한 현재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다만 대법원이 50년 넘게 이어온 이혼 청구에 대한 기존 판례를 뒤집는 건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성진 판사는 지난 14일 홍 감독이 아내 A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홍 감독의 청구를 기각했다.

현재 이혼 청구 사유에 대한 법리적 견해는 두 가지로 갈린다.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배우자의 의사에 반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와, 이미 혼인이 파탄나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면 원인 제공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파탄주의’다.

홍 감독은 파탄주의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재 우리 민법은 1965년 첫 판결 이후 50년 넘게 유책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법원도 “혼인관계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최 회장도 홍 감독과 비슷한 상황이다. 내연 관계로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상대 배우자의 의사와 반대된 이혼을 청구했다는 점에서 두 소송은 매우 유사하다. 최 회장 역시 파탄주의를 주장하며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그래서 법조계에선 이번 홍 감독에 대한 1심 판결로 유책주의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만큼, 이와 유사한 구조인 최 회장의 이혼 청구 소송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최 회장 입장에선 기존 판례인 유책주의를 인정하되, 자신은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법원은 유책주의를 고수하지만, 일부 경우에 한해선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상대 배우자가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도,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에서 표면상으로만 이혼을 거부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배우자·자녀에게 배려가 이뤄진 경우, 세월이 너무 경과해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게 됐을 경우도 예외 사유에 해당된다.

다만 법원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지는 불투명하다. 양쪽 모두가 혼인 관계가 깨졌다고 인정해야 법원도 이혼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다. 어느 한 쪽이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면 혼인 파탄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지난 2015년 “가정을 지키겠다”며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 측 주장대로 혼인 관계가 실제로 파탄 상태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입증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법원은 정황만으로는 쉽게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 경향이 있다”며 “노 관장이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물증이 나온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에게 남은 또 다른 가능성은 기존의 유책주의 판례가 아예 바뀌는 것이다. 1심과 2심에선 기존 판례에 따라 패소해도 3심까지 갔을 경우, 모든 대법관이 모여 논의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유책주의 대신 파탄주의가 옳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파탄주의로 대법원 판례가 바뀐다면 이에 근거한 최 회장의 주장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이 문제를 가장 최근에 논의한 건 2015년이다. 당시 대법관 7명은 유책주의를, 6명은 파탄주의를 주장해 아슬아슬하게 기존의 유책주의가 인정됐다. 최 회장 입장에선 3심까지 가는데 걸리는 앞으로의 몇 년 동안 홍 감독 등 자신의 소송과 유사한 구조의 다른 소송이 전원합의체에서 파탄주의로 뒤집히는 걸 바랄 가능성이 있다.

보수적 대법관이 많았던 2015년 대법원조차 유책주의를 한 표 차이로 겨우 인정한 만큼, 과거보다 진보적인 대법관이 많아진 지금은 판례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나온다. 해당 변호사는 “아직 1심인 최 회장의 소송이 3심까지 가려면 2~3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최 회장 입장에선 당장의 1심 결과보다 몇년 후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책주의를 뒷받침하는 논리도 아직 탄탄한 만큼 앞으로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을 쫓아내는 수단으로 이혼을 악용하는 ‘축출 이혼’이 아직도 빈번한 게 현실이다. 특히 파탄주의를 채택한 선진국의 경우 이혼 여성에게 상당한 재산분할을 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보호 장치가 없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혼 소송을 맡은 서울가정법원은 다음달 2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에 대한 두 번째 변론기일을 갖는다. 지난해 7월6일 첫 재판이 열린 후 1년 만이다. 그동안 당사자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전화·면접 등으로 조사한 법원은 이날 법정에서 양측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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