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3 피고인들에게 “아픔이 치유되길” 기원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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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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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검사 “재판 과정서 4·3의 또 다른 진실 깨달아”

11월26일 오후 제주시 이도2동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 생존 수형인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내란실행·국방경비법 위반 등에 대한 재심 청구사건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8.11.26/뉴스1 © News1
11월26일 오후 제주시 이도2동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 생존 수형인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내란실행·국방경비법 위반 등에 대한 재심 청구사건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8.11.26/뉴스1 © News1
“4·3사건에 대한 이념적 논란을 떠나 예기치 않게 운명을 달리한 수많은 제주도민들과 그들을 말없이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온 가족들의 아물지 않은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들에게 검찰이 사실상 무죄를 구형한 18일. 이같은 발언은 변호인이 아니라 검찰의 최종 의견 진술에서 나왔다.

이날 재심 결심 공판에서 공판검사는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요구하기 전 피고인들 앞에서 이례적으로 4·3의 아픔에 공감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공판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체험을 듣고 당시 기록과 문헌을 검토하는 동안 전에 몰랐던 4·3의 역사적 의미와 도민들에게 끼친 영향을 개인적으로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제가 깨닫게 된 것은 지금까지 알고 배웠던 것과는 또 다른 진실의 일면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굴에 피신했다 총살되고 질식사한 코흘리개와 노인들, 부모와 자식을 잃고 수십년 세월 말 못할 고통 속에 숨죽여 흐느낀 영령과 눈물이 뒤범벅된 곳이 이 땅 제주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민들의 쓰라린 마음의 아픔, 나아가 역사와 민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진실을 최대한 밝혀보고자 하는 진심으로 재판에 임해왔다”며 “너무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 여기 계신 모든 분들,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버텨낸 모든 분들의 아픔이 치유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9월3일 현창용씨(86) 등 80∼90대의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70년 전 군인과 경찰에 체포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을 결정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재심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기록을 보관하고 있을 법한 10여 개 기관과 각종 서적, 논문, 사료 등을 수집했으나 당시 재판 기록을 찾는데 실패했다.

공소장 변경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없게 된 검찰은 결국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 선고기일은 내년 1월17일이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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