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D/ 카드뉴스] 워킹맘 과로사, 계속 내버려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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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월 25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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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5일 과로사로 숨진 보건복지부 사무관 A(35)씨. 2살, 6살, 8살 세 아이의 엄마 A씨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1월 9일부터 6일간 새벽 출근, 야근을 계속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모험이 되어버린 나라. 워킹맘의 죽음을 막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워킹맘
그 소리 없는 아우성

얼마 전 30대 워킹맘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월 15일 일요일. 보건복지부 사무관 A(35)씨가 사내 계단에서 쓰러진 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2살, 6살, 8살 세 아이의 엄마 A씨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1월 9일부터 6일 내내 새벽 출근, 야근을 계속했습니다.

한 주 A씨는 사고 당일에도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했습니다. 근무시간은 70시간. 법정근로시간 1일 8시간, 주 40시간.

이 사건 이후 대선 출마자들은 관련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임금 감소 없는 워킹맘 근무시간 단축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사회 구조 문제를 근시안적으로 접근해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부는 어떤 정책을 시행해왔을까요?

01 육아휴직제도

출산 후 육아로 인한 퇴직을 막으려 1986년 육아휴직제도(무급)를 도입했습니다. 육아휴직자는 2001년부터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죠. 현재 근로자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사상 불이익, 대체인력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10명 중 4명이 이용하지 못하며, 설령 이용하더라도 복직 1년 뒤, 기존 회사에 남을 가능성은 60%도 되지 않습니다.

02 아이돌봄서비스

돌보미가 맞벌이부부 등 양육 공백이 발생한, 만 3개월 이상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에 가서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 2007년 시간제 아이돌봄, 2010년 영아종일제 돌봄 서비스가 도입됐습니다.

약 6만 가구가 이용했지만 아이돌보미는 2만여 명뿐. 아이돌보미의 인건비 증가분은 고스란히 이용자 부담으로 돌아왔습니다.

03 초등 돌봄교실

2004년 방과후보육으로 시범 도입된 초등 돌봄교실. 방과후부터 부모 귀가 시까지 돌봄 및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2016년에는 24만4000여명이 이용했습니다.

참여학생은 늘었지만 부모들은 돌봄교실이 체험활동이 아닌 방임, 관리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합니다. 방학 때는 그마저도 빨리 끝내거나 운영하지 않습니다.
워킹맘을 위한 정책에 정작 워킹맘들이 이토록 실망하는 이유는 뭘까요.

“국회에는 ‘워킹맘’을 대변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고충을 알리는 단체도 부족합니다.”
- 3살 딸 키우는 장하나 전 국회의원

2015년 8월 과로사한 판사 B(37)씨는 두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또다시 워킹맘의 죽음을 목격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일본 워킹맘들은 후생노동상에게 보육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3만여 명의 서명 명부를 전달했으며 아르헨티나의 한 여성 국회의원은 국회 본회의 도중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에게도 당사자·대변자의 적극적 문제제기와 이를 지지하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사건 이후 한 소아정신과 의사는 “워킹맘들은 화가 나도 당장 시간을 내 글을 쓸 여유도
없는 것을 안다”면서도 당사자들의 ‘작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모험’이 되어버린 나라
아이를 위한 ‘작은 행동’ 우리가 해야하지 않을까요?

기획·취재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기획·디자인 강부경 기자 bk0928@donga.com
#워킹맘#과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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