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기]<3>新맹모삼천지교, 아역스타는 부모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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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6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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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 한군과 아버지드라마 ‘내조의 여왕’과 ‘타짜’에 단역으로 출연한 한군 군과 아버지 한석춘 씨. 한 씨는 회사에 휴가까지 내면서 아들을 데리고 충남 서산과 서울 촬영장을 오간다.
아역배우 한군과 아버지
드라마 ‘내조의 여왕’과 ‘타짜’에 단역으로 출연한 한군 군과 아버지 한석춘 씨. 한 씨는 회사에 휴가까지 내면서 아들을 데리고 충남 서산과 서울 촬영장을 오간다.
"아역배우 지망생이 워낙 많아 네 살만 돼도 캐스팅 경쟁이 심해요. 한 살 때부터 소속사에 등록시키는 게 유리하죠. 우리 애들도 빨리 시작할 걸, 후회돼요."
다섯 살과 여섯 살 두 아들을 아역배우로 키우려는 고모 씨(34)의 말이다.
아역 스타의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면서 자녀를 연예인으로 만들기 위한 부모들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아역 캐스팅 전문 기획사인 '아이엠 스타 엔터테인먼트'에는 올해 태어난 아기 5명이 소속돼 있다. 생후 6개월을 갓 넘긴 젖먹이도 있다. 만 1세 배우 지망생은 13명, 2세는 22명이나 된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예비 아기 스타들'의 프로필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미지 테스트를 거친 아기들의 1년 소속비는 200만~300만 원. 회사는 소속비를 낸 부모에게 캐스팅 정보를 제공한다.

●갈수록 어려지는 아역 스타

아역배우 지망생의 나이가 갈수록 어려지는 것은 아기를 주 고객으로 하는 상품과 관련 산업이 점점 커지는 데 따른 현상이다. 아역 엔터테인먼트업체 '별사탕'의 김한나 대리는 "기저귀와 분유 광고, 피팅 모델, 드라마까지 갓난아기들의 활동 폭이 4~6세 아동에 비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역배우 지망생은 전국적으로 1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예인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진 영향도 크다.
SS501, 카라 등이 소속된 DSP미디어의 김기영 이사는 "90년대만 해도 자식이 연예인 하겠다고 하면 반대하던 부모들이 요즘은 오디션 현장까지 따라온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화 '과속스캔들'로 스타덤에 오른 왕석현 군(6)의 연기지도 선생님을 모시려고 부모들이 줄을 설 정도다"고 귀띔했다.

●신(新) 맹모삼천지교
좋은 '연예 학군'을 따라 자녀의 운전기사를 자처하거나 집을 옮기는 부모도 적지 않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라 할 만하다.
세 살 배기 예나 양의 엄마 김희수 씨(43)도 신(新) 맹모다. 매주 토요일마다 경기 양주시 집에서 서울 구로동에 있는 유명 연기학원을 오간다. 오전 7시 반에는 집을 나서야 10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일요일에는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발레학원에 간다. 연기 선생님이 "연기 외에도 개인기가 중요하다"며 발레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캐스팅과 오디션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활동에도 열심이다. 가입한 카페만 10개. 그는 "엔터테인먼트업체에 소속돼 있더라도 엄마가 아이 프로필을 적극 홍보하고 출연 정보를 찾아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예나를 위해 올해 8월부터 들인 돈은 450만 원에 이른다. 학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김 씨 자신이 직접 방송 보조출연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그는 "자녀를 여러 소속사에 등록한 엄마들에 비해서는 비용이 적게 든 편"이라고 말했다.
한석춘 씨(49)는 아역 배우인 아들 한군 군(11)의 '로드 매니저'다. 그는 아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충남 서산에서 서울 강남의 연기학원과 경기 남양주 세트장, 서울 여의도 방송국을 오간다.
하루는 아들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양쪽 팔목에 3개월간 깁스를 하고 다니면서도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
한 군은 아역배우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드라마 '내조의 여왕' '타짜'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한 씨는 곧 아들을 위해 서울로 이사할 계획이다.

●첫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아역배우 남다름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 아역으로 출연한 남다름 군.
아역배우 남다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 아역으로 출연한 남다름 군.
자식을 아역배우로 키우려는 부모들은 가장 먼저 매니지먼트사와 연기학원에 등록한다. 아역전문 매니지먼트와 연기학원은 최근 4년간 급격히 늘어 전국적으로 1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상당수 매니지먼트사들이 무조건 많은 아이들을 받아 그 소속비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부모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모 씨(34)는 올 8월 인터넷 카페에 아들 진수 군(가명·5)의 사진을 올린 뒤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기획사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아들의 외모가 괜찮으니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한 것. 기획사에선 드라마에 캐스팅된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진수도 6개월이면 출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씨는 무엇엔가 홀린 듯 소속비와 교육비 240만 원을 그 자리에서 지불했다.
하지만 진수가 들어간 곳은 촬영 기회를 얻지 못하는 입문반. 진수는 두 달 만에 나왔지만 아직까지 교육비를 돌려받지 못했다.
아이앤아이 연기 트레이닝센터 김현미 실장은 "해당 매니지먼트사가 직접 캐스팅을 하는 곳인지 사전에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보 내용과 달리 대부분의 아역배우 연기학원이나 매니지먼트사에는 캐스팅 디렉터가 없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적어도 드라마 자막에 이름이 올라가는 회사라야 믿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김현중) 아역으로 출연한 남다름 군(7)의 엄마 변정애 씨(35)는 "아이가 단기간에 유명해질 것이라는 욕심을 버리고,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지원해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특별취재팀
김유림 수습기자 rim@donga.com
김철중 수습기자 tnf@donga.com
박혜림 수습기자 inourtime@donga.com
박훈상 수습기자 tigermask@donga.com
유근형 수습기자 noel@donga.com
이은택 수습기자 nabi@donga.com
최예나 수습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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