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배우로 거듭나고 싶다고? 벗어라!

  • 입력 2002년 9월 12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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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코미디 ‘색즉시공’은 여배우와의 ‘노출 계약’으로 화제가 됐었죠. 이 영화의 조연인 진재영씨가 영화사와 맺은 계약서에는 ‘상반신 전면 노출을 한다, 뒷모습 전라 장면을 찍는다’ 등이 포함돼 있다네요. 주인공인 하지원씨도 계약서에 구체적인 노출 범위를 명시했죠. 가령 상반신 노출은 어깨선까지, 허벅지는 무릎부터 위로 몇 cm까지, 이런 식으로요.

구체적인 노출 한도를 계약서에 규정한 건 매우 드문 경웁니다. 대부분 ‘촬영 콘티를 협의한다’정도죠. 그러다 보니 감독과 여배우가 촬영장에서 “브래지어를 벗어라” “싫다”고 옥신각신하다가 끝내 여주인공이 바뀐 일도 있었지요. (‘마법의 성’)

할리우드에선 ‘노출 수당’도 있더군요.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할 베리는 ‘스워드 피시’를 찍을 때 개런티 외에 한 쪽 가슴 노출에 25만달러씩, 50만 달러를 따로 받았다네요.

노출은 여배우에게 민감한 문젭니다. 신인들은 과감한 노출 연기도 불사하지만, 충무로의 정상급 여배우 중 스크린에서 가슴을 보인 배우는 ‘해피 엔드’의 전도연씨 정도죠. 말로는 “작품만 좋으면…”하면서도 막상 닥치면 다들 고개를 젓지요.

호평과 함께 흥행에도 성공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 역시 가슴 노출 등 일부 장면 때문에 여배우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가수’ 엄정화씨에게 돌아갔죠.

제작자들은 “노출 연기를 신인의 몫으로 여기는 인식 때문에 스타가 출연하는 성인 멜로를 기획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며칠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문소리씨가 생각나네요. ‘오아시스’에서 장애인 ‘공주’를 맡아 노출 연기도 보여줬던 문소리씨는 “배우는 예쁜 모습이 아니라 연기를 보여주는 직업”이라고 말했죠. 하지만 한 유명 여배우의 매니저는 “‘오아시스’의 공주역은 스타에게는 모험”이라며 “당장 CF에도 영향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톱스타들이 너무 몸을 사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앞서 할 베리도 노출에 민감했다지요. 하지만 ‘몬스터 볼’에서는 과감한 정사신을 펼쳤죠. 결국 이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할 베리는 “노출에 대한 거부감을 깨고나서 배우로 거듭났다”고 고백하기도 했지요. 음. 몸 사리는 스타들이 귀담을 만한 얘기죠? 배우로 거듭나고픈 당신, 벗어라?! ^ ^ ;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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