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줌인] 사각시간에 있는 '솜방망이 옴브즈맨'

  • 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42분


시청자들이 되도록 안 보기를 바라는 프로그램도 있을까.

최소한 편성 시간대만 놓고 보면, 방송 3사가 의무적으로 편성 방영해야 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그런 것 같다.

자사의 프로그램을 비평해야 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방송사 입장에서 달가울 리야 없겠지만, 하나같이 ‘시청 사각 시간대’에 있다. MBC 는 토요일 오전 8시, KBS 와 SBS의 <열린 TV 시청자세상>은 토요일 낮 12시10분이다.

당초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3사가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이 토요일 낮 12시10분에 방영해 시민단체와 신문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MBC는 지난 가을 개편부터 오전 8시로 옮기고는 “시청자 단체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사각시간’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토요일 오전 8시가 낮 12시대 보다 덜 본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과연 그럴까. 시간대 이동 전후의 시청률을 비교해봤다. 낮 12시대에 방영된 ‘TV속의 TV’의 한달 평균 시청률은 7.6%, 점유율(TV를 켜놓은 가구 중 시청가구)은 22.9%. 오전 8시로 이동 후 시청률은 5.0%, 점유율은 12.0%로 낮아졌다. (시청률조사 전문기관 TNS미디어코리아 자료)

그러나 방송 3사 옴브즈맨 프로그램의 내용을 살펴보면 굳이 ‘사각 시간대’를 찾아야 할 만큼 ‘아픈’ 지적도 별로 없다.

우선 끊임없이 편파보도 시비에 시달리고 있는 뉴스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성역’이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시청자의 입을 빌어 뉴스 내용을 몇번 비판했는데 ‘감히 보도를 건드린다’며 회사 내에서 많이 시달렸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오락, 드라마에 대한 ‘솜방망이’ 지적에 치우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시정되는 경우도 별로 없어 “고칠 것도 아니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왜 하느냐”는 시청자의 항의 의견도 나온다.

요즘, 우리사회의 화두는 ‘개혁’이다. 특히 MBC는 최근들어 <100분 토론> 등을 통해 언론(신문)개혁을 주장하며 ‘신문때리기’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원칙적으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부릅뜬 눈’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김중배 MBC 신임 사장도 취임 직후 “남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비판과 개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곧 봄 개편이다. MBC의 ‘TV속의 TV’가 앞으로 언제, 어떤 내용을 방영하게 될지 궁금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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