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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유치원 시험이 왜 방송 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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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유치원 시험이 왜 방송 탈까요

입력 2002-01-21 17:29수정 2009-09-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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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도 한국처럼 대학입시 때문에 난리다. 덩달아 TV도 일류대에 진학할 수 있는 정보 프로그램을 보내느라 난리다.

일본에서는 사립 유치원 면접 시험이 가장 흥미롭다. 일본에는 ‘에스컬레이터식 진학’이라는 말이 있다. 에스컬레이터처럼 유치원에서 한 번 타면 최종 목적지인 대학까지 자동으로 진학할 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에스컬레이터 진학’은 모든 대학에 해당되지 않는다. 와세다, 게이오, 아오야마, 세이조 대학같은 이른바 일류대만 그런 호칭이 붙는다.

이곳에서는 일단 유치원에 들어가면 성적이 나쁜 경우를 제외하고 초 중 고 대학교까지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진학한다. 이처럼 유치원에 들어갈 때 조금만 고생(?)하면 훗날 입시 지옥에 시달리지 않고 명문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사생결단을 하며 매달리는 것이다.

요즘 TV에서 자주 나오는 유치원 면접 시험의 연습 풍경.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아빠하고 저녁식사를 하지요?”

“두 번입니다!”

“야, 틀렸잖아. 4번이라고 하랬잖아. 벌써 몇 번째 연습하는 거야? 이번에는 틀리지 말고 엄마가 가르쳐 준대로 똑바로 대답해 봐!”

아이는 이번에는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대답한다. 그러자 엄마는 “면접 볼 때도 지금처럼 꼭 그렇게 대답해야 돼”이라며 몇번이고 다짐한다.

일본의 명문 유치원 시험은 엄청 까다롭다. 쓰고 읽기는 기본이고, 예의범절과 가정환경까지 철저하게 점검한다.

일류 사립 유치원일수록 가정 환경을 심하게 따진다. 가령 부모가 이혼을 했다든가, 혹은 부모중 어느 한쪽이 가정 일에 소홀히 하면 감점 대상이다.

유치원에서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부모와 아이를 함께 앉혀놓고 면접 시험을 본다.

면접관은 가정의 화목을 진단하기 위해 가장 바쁜 아빠와의 식사 횟수를 물어보기도 한다.

이때 열중 서너 명은 연습한 대로 대답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두번도 채 되지 않는 실제 횟수를 대답한다고 한다. 이유는 아이들이 너무 긴장한 탓에 얼떨결에 곧이 곧대로 이야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면 곁에 있던 엄마와 아빠가 당황해 “아니다”고 말하지만 결과는 낙방.

일본에서는 유치원 시험을 ‘부모의 시험’이라고 말한다. 부모의 정성과 열의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좌우된다는 자조적인 의미다.

재일르포작가 yjaesoon@hanmail.net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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