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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재일교포 '하루카'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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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재일교포 '하루카' 붐

입력 2002-01-07 17:26수정 2009-09-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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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난해 10대 히트 상품 중에는 유독 문화 상품이 많다.

영화 ‘타이타닉’을 누르고 2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만화영화 ‘센과 지히로의 행방불명’이 1위이고, 2위는 미국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상 등 2관왕이 된 스즈키 이치로다.

녹차음료 마루차(まる茶)는 히트 상품 5위에 올랐는데 사실은 그 제품 광고의 여성 모델이 더 인기다.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그 모델이 좋아 마루차를 산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무명에서 지난해 광고의 여왕으로 떠오른 이가 바로 이가와 하루카(井川遙·25). 그녀는 1997년 데뷔하긴 했으나 그동안 돋보이는 활약이 없었다. 하지만 일본의 매스컴들은 ‘2001년은 하루카의 해’라며 앞다투어 특집을 꾸몄다. 지금까지 120여 잡지의 화보를 찍었고 ‘월간 이가와 하루키’라는 사진집이 발간돼 발매 당일 13만부가 나가 연예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 지난해 12월초 젊음의 거리인 도쿄의 하라주쿠에서 ‘신세기 미녀 이가와 하루카 전’을 열어 일대의 교통을 마비시킬 정도였고 출판계에서는 그가 나오는 잡지의 판매 부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서 잠시 경리를 보기도 했던 이가와 하루카의 매력은 자연미와 청순미. 이같은 매력이 가장 잘 표현된 게 바로 마루차의 광고였다. 시청자들은 오차 캔을 들고 상큼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에게 열광한 것이다. 덕분에 그는 현재 6개의 광고에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화도 두 편 찍었다.

그런데 이가와 하루카가 재일 한국인 출신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물론 그녀의 열성 팬들도 이를 전혀 모른다. 그녀의 국적에 관해서 소속사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명시대의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매스컴 관계자라면 그녀가 재일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가 본명으로 데뷔를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본명은 조수혜(趙秀惠)로 일본어 발음으로는 ‘초 히데에’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녀의 소속사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점이 일본 연예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이가와 하루카’로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일본기자는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는데 소속사가 너무 예민하게 대처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속사의 입장은 다르다.

“만약 재일 한국인으로서 활동하면 잠시 화제는 될지언정 지금처럼 톱스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야 누가 그걸 모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튼 이가와 하루카는 일본의 기라성같은 톱스타들을 제치고 지난해 광고계를 평정했다. 그런 그녀가 당당하게 본명을 들고 나와 “나는 한국인”이라고 외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유재순<재일르포작가>yjaes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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