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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황태자비 출산 '호들갑' 거품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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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황태자비 출산 '호들갑' 거품 많아

입력 2001-12-10 18:14수정 2009-09-1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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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일본의 마사코 황태자비가 산기를 느껴 궁내청 안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 방송사들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일제히 긴급 뉴스를 내보냈다. 그리고 이튿날, 3kg의 ‘도시노미야 아이코(敬ノ宮 愛子)’가 태어나자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마사코비 특집으로 꾸몄다.

한 민간방송은 6개월 전부터 1000여 명의 스태프들을 동원해 마사코비가 다녔던 학교와 친구, 선생, 유학했던 나라의 학교까지 보도했다. 정말이지 TV만 보면 일본열도 전체가 마사코비의 출산으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TV에 비쳐진 행인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마사코비의 순산을 축하했고 상점가의 가게들은 축하 메시지를 유리창에 붙였다. 마사코 케이크도 나왔다. 1일 도시노미야가 태어난 날 저녁에는 수천 명(궁내청 발표)의 일본인들이 황궁으로 몰려와 만세 삼창을 외쳤다. 이러한 다양한 축하 퍼레이드는 현재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TV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일반 국민들이 많다. 단적인 사례가 한 야채가게 주인의 말.

“마이크를 들이대면 당연히 축하해야 한다고 말할 수 밖에요. 하지만 TV화면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호들갑을 떠는 것은 대부분 상점 사람들이 아닙니까? TV에 비치는 것은 마사코비의 출산으로 한몫 보려는 이들의 환호성이라고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만큼 일본 서민들은 지금 먹고 살기에도 바쁘답니다.”

TV와 상반되는 반응은 또 있다.

“잘 됐어요. 만약 마사코비가 아기를 못 낳았으면 평생 이지메를 당할텐데. 하지만 요즘 TV가 방송하는 것은 모두 거품입니다. 황궁에 몰려든 이들은 태평양전쟁 유족들이 대부분이고. 우리같은 소시민이 더 관심 있는 것은 그들이 왜 그 거대한 궁을 다 차지하고 살아야 하는 거예요. 전 요즘 집에 가서 TV에 마사코 특집이 나오면 즉시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려요. 매일 똑같은 화면을 보는 것이 너무 지긋지긋해서요.”

태평양전쟁 때 참전했다는 개인택시 기사(72)는 단호한 어조로 천황가의 공식행사는 어디까지나 ‘아소비(놀이)’라고 말했다. 그 한 예로 황실 사람들은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아도 간단히 스케줄을 취소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반응은 시타마치(下町·서민들이 몰려 사는 곳)에 갈수록 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TV 시청률이 요란스런 마사코비 특집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냉랭한 마음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시노미야가 태어난 1일, 각 방송사가 ‘호들갑스럽게’ 골든타임에 마사코비의 출산 특집을 집중 배치했는데도 어느 방송사의 프로그램도 10%를 넘지 못했던 것이다. 대신 같은 시간, 구르메(먹거리)기행 프로를 내보냈던 TV 도쿄가 시청률 톱을 차지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관심이 어디에 더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유재순<재일르포작가>yjaes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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