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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가슴 찡했던 여성 암환자 투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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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가슴 찡했던 여성 암환자 투병생활

입력 2001-11-26 18:46수정 2009-09-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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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3일간의 연휴(23일 근로감사의 날, 24 25일은 주말) 마지막 날을 집에서 보내던 일본인들은 한 낮에 TV로 방송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암 전쟁, 파트 18’이라는 제목의 이 프로는 세 명의 여성환자와 남편들의 간병생활을 밀착 취재해 심도있게 보여줬다. 하지만 말이 투병 생활이지 환자들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살고자하는 몸부림으로 가득한, 그야말로 암과의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유방암에 걸린 한 50대 중년 여인은 지난 10년간 먹고살기 바쁜 나머지, 예쁘게 보이려고 화장 한 번 해본 적 없는 전형적인 알뜰주부다. 그러나 유방 한쪽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비로소 ‘여인’임을 자각한 그녀는 여성의 상징인 유방의 형태를 보존해달라고 애원한다. 의사는 암 덩어리를 적출해 낸 다음 텅 빈 유방 속에 실리콘을 넣어 환자의 소원을 들어준다.

물론 이 같은 수술과정은 여과 없이 방송됐다. 허연 젖무덤이 그대로 드러나고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수술과정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됐다. 그러나 거부감이 전혀 일지 않았다. 수술 2주 뒤 퇴원하면서 그녀가 말했다.

“이제는 스커트도 입고 화장도 할래요. 왜냐하면 다시 태어났으니까요.”

두 번째 환자는 유방암으로 유방 한쪽을 제거한 뒤 결혼도 포기한 채 간호사 생활을 하고 있던 20대 미혼여성.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그에게 ‘유방이 한쪽 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솔직히 무척 놀랐지요.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결혼을 결심했어요.”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해 결혼한 이들은 항암제 투여 때문에 장애아가 태어날 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년 뒤 건강한 아들을 순산했다.

세 번째 여성은 자궁암 말기환자. 수술할 경우 수술후 치료 때문에 현재 생활의 리듬이 깨질 가능성이 크지만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현재의 생활은 유지될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는다. 물론 선택은 환자 본인의 몫.

의사의 말을 들으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39세의 여성환자. 그 곁에서 남편은 소리내 울지도 못하고 손수건으로 자꾸만 눈물을 훔친다.

“직장에 출근할 때 아내의 상태가 나쁘면 혹시 아내와 마지막 이별이 되는 게 아닌가 극도로 불안감을 느껴요.”

결국 그녀는 남은 삶이라도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방사선치료를 선택한다.

현재 일본은 매년 2만여 명의 여성이 유방암에, 1만여 명이 자궁암에 걸린다고 한다. 문제는 암을 발견하는 계기. 정기 검진으로 발견한 경우가 유방암이 6.7%, 자궁암이 25%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시종 차분하게 프로를 진행하던 ‘뉴스 스테이션’의 앵커 구메씨가 절규하듯 마지막 멘트를 했다.

“여성 여러분! 제발 산부인과에 자주 가세요. 어떤 암도 초기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생명은 당신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예요. 가족 모두의 문제랍니다.”

유재순 <재일르포작가> yjaes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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