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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1000만엔 퀴즈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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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1000만엔 퀴즈 '북적'

입력 2001-10-29 18:33수정 2009-09-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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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특성 중 하나는 요행을 바라지 않고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능력과 형편에 맞는 근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그런데 한 TV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을 보면 이같은 일본인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방영하는 후지TV의 퀴즈 프로그램 ‘퀴즈-밀리오네아’가 그것이다. 한국의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와 유사한 프로로 상금이 1000만엔(약 1억700만원)이다. 1000만엔은 도쿄 변두리의 조그만 원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거금이다.

이 프로는 우선 사회자와 일대 일로 퀴즈를 푸는데 모두 4개항의 보기 중 하나를 고르는 객관식으로 진행된다. TV만 열심히 봐도 절반 이상을 맞출 만큼 상식 문제가 많이 나온다. 또 정답을 모를 때는 세 번이나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답이 헷갈리면 시간을 끌어도 된다.

▼평범한 상식문제 많이 출제

세 번의 기회는 자신이 모르면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30초 내에 정답을 물어보거나 방청객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세 번째 찬스때에는 사회자가 아예 네 개의 보기 중 정답일 가능성이 있는 두개만 남겨두고 나머지 두개는 없앤다.

후지 TV는 최근 2주에 걸쳐 일류대 출신과 순발력이 뛰어난 연예인 30여명이 나오는 특집을 내보냈다. 이 프로는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가 됐다.

도쿄대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특별 대우를 받던 두 여성 탤런트가 세 문제밖에 못 맞춰 학교 이름 값도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는가 하면, 고졸인 한 코미디언은 찬스 3번을 적절히 살려 1000만엔 문턱까지 갔다가 마지막 문제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일류대 출신도 별 거 아니네요. 도쿄대 출신보다 내가 더 낫지 않아요”라고 일갈해 방청석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불경기가 요행심리 키운듯

시청자들이 숨을 죽이고 봤던 것은 일본 3대 대학으로 손꼽히는 교토대 출신의 리포터 다츠미 다쿠로씨. 주로 요리방송을 소개하는 그는 방송계에서 똑똑하기로 소문났다. 그 기대대로 그는 찬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1000만엔 고지에 한 문제를 남겨뒀다. 마지막 한 문제만 맞추면 1000만엔을 타지만 못 맞추면 100만엔에 그친다. 500만엔이나 750만엔까지 와서 더이상 도전하지 않으면 그 상금을 몽땅 가져갈 수 있는데도 다츠미씨는 계속 도전했다.

그러나 다츠미씨는 존슨, 포드, 링컨, 클린턴 등 미국 대통령중 이름이 가장 긴 사람을 고르라는 마지막 문제를 틀려 일류대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로 만족해야 했다.

지금까지 이 프로에서 1000만엔을 탄 사람은 모두 3명으로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순발력만 기르면 1000만엔을 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요행을 경시했던 일본인. 그러나 지금 불경기의 골이 깊은 탓인지 자리가 좋다는 곳의 복권을 사기 위해서나 1000만엔의 상금에 도전하기 위해 후지 TV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재일르포작가>yjae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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