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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가수도 벌벌떠는 가라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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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가수도 벌벌떠는 가라오케

입력 2001-10-15 18:35수정 2009-09-1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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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TV 아사히가 아주 흥미로운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오후 7시부터 9시 50분까지 방송된 ‘사상 최강의 메가히트 가라오케 베스트 100, 완벽하게 노래하면 1000만엔’이란 긴 타이틀의 이 특집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드는 한편 폭소를 자아냈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100여명의 가수 탤런트 코미디언들이 ‘출전’했다.

70,80년대의 히트곡부터 최근 우타다 히카루의 히트곡, 하다 못해 에니메이션 주제가까지 망라된 이 행사는 말 그대로 ‘가라오케’ 대회였다. 가사를 보고 노래하면 안 되는 조건이었고 상금도 천차만별이었다. 출전자가 직접 뽑은 열 곡을 모두 잘 부르면 100엔, 한 두 곡만으로 끝나면 10만, 20만 엔의 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가사를 보지 않고 완벽하게 부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 프로는 생방송이어서 가창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댄스 가수들은 아예 출연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출연자들은 대부분 프로 가수에 버금가는 가창력을 지녔다.

재미있는 대목은 프로 가수들도 가사를 보지 않고 끝까지 노래를 부르는 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 가사 중 한 단어만 틀려도 탈락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최근 보기 드물게 열창을 하던 가수가 도중에 가사가 틀려 그냥 무대를 내려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던 게스트와 방청객들이 못내 아쉬워했다.

그런데 이 프로의 진짜 묘미는 다른 데 있었다.

출연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했다. 왜냐하면 78점이나 79점밖에 얻지 못하면 천장에서 쏟아지는 밀가루 세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년 이상 경력의 가수들이 밀가루 세례를 받을 때면 새하얗게 변해버린 가수의 모습을 보고 모두들 배꼽을 움켜쥐고 웃었다. 인기 가수나 중견 가수라고 해서 슬쩍 넘어가는 일은 절대 없었다.

결승전에서는 밀가루가 물로 바뀌었다. 출전자들은 90점 이상을 받아야 물세례를 피할 수 있었다. 한 예로 80년대에 인기 가수였던 아베 시즈에란 중견 가수가 달콤한 목소리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열창했는데도 79점에 그쳐 물세례를 받자 출연진이 놀라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고야나기 루미코란 여가수는 노래를 부른 뒤 아예 물세례를 각오하고 주저앉았으나 운이 좋았던지 94점을 얻었다.

제작진은 또 최근 인기가요 베스트 100곡을 순위별로 프로그램의 중간에 소개하면서 해당 노래를 한 소절씩 들려주기도 했다.

일본 방송의 장점은 다양성이다. 한 프로를 만들어도 볼거리와 들을 거리, 즐길 거리를 동시에 모두 보여준다. 바로 이 특집이 그랬다. 중 장년층에게는 학창시절과 청춘시절의 포크송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10대부터 청년층에게는 몇 년 전 유치원 프로그램의 주제가로 크게 히트했던 ‘단고 삼형제’같은 독특한 노래를 들려줬다. 또한 정보 차원에서 현재 가요계의 소식과 현황을 전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다.

유재순<재일 르포작가>yjaes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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