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가수 데뷔 현영“박력 있는 연하남 누가 싫겠어요”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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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3인조 혼성 록 밴드 ‘주주클럽’은 구애하는 연하남을 향한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 노래했다.

“야∼야∼야야 쇼킹! 쇼킹… 나에겐 어린 너는 필요 없어 애인이 필요해.”(노래 ‘16/20’ 중)

그러나 2006년 봄. 누나들의 노래는 바뀌었다.

“누나 누나의 누나 누나의 누나 누나 누나의 마음을 봐 나이 따위 뭐가 어때.”(‘누나의 꿈’ 중)

1997년 ‘사랑해 누나’를 외친 유승준부터 2004년 ‘너는 내 여자니까’라며 터프하게 추파를 던진 이승기까지 연하남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만들어 낸 결과일까.

‘누나의 꿈’을 부른 연예인 현영(29)을 만났다.

“연예계 데뷔 전에 댄스 가수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우연한 계기로 ‘누나의 꿈’이란 곡으로 앨범을 발표하게 돼서 신기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네요.”

―“누나∼” 하면서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부담스럽지 않나요.

“음…. 부담스럽거나 부끄럽지 않아요. 저도 연하 남자가 좋던데요. 특히 이승기 씨 같은 분이 ‘넌 내 여자니까’라며 박력 있게 나오면 어떤 누나가 안 좋아할 수 있겠어요. 호호.”

현영의 ‘누나의 꿈’은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에 대한 답가로 알려져 제작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곡은 루마니아 출신의 3인조 댄스그룹 ‘오-존’의 ‘Dragostea Din Tei’를 리메이크한 것. 곡이 공개되자마자 인터넷 음악사이트 게시판에는 ‘누나 누나의 누나 누나의…’ 하는 후렴구나 ‘꿈을 찾게 이뤄주겠니/너와 영원히 머물게∼’라는 부분을 듣고 “딱 내 노래”, “후련하다”고 글을 남기는 ‘누나’들이 줄을 이었다. 8일 발표된 ‘누나의 꿈’은 앨범 발매 전부터 쥬크온, 뮤직온 등 인터넷 음악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으며 3월 첫째 주에는 통화연결음(LG텔레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연하남을 만나는 친구가 있는데 전보다 애교가 더 많아졌어요. ‘누나’라고 하는데도 거부감 없다는 걸 보면 누나라는 단어 자체가 친숙한 것도 있죠. ‘마님’이나 ‘누님’은 왠지 변강쇠 생각이 나잖아요.”

―연하남들이 누나를 동경하는 심리는 뭘까요.

“글쎄요. 누나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모성본능? 누나로서 포옹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남자들이 있어요. 애교 많은 연하남보다는 무뚝뚝하고 가슴에 상처 하나 갖고 사는 순정만화 주인공이랄까?”

―현영 씨도 어느덧 ‘누나’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인데…. 현영 씨가 갖고 있는 ‘누나의 꿈’은 뭔가요.

“음…현모양처? 호호호. 이 노래를 부르면서 전국의 모든 누나들이 자신 있게 외쳤으면 해요. ‘나의 덫에 걸려 아무 데도 못 가!’라고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사랑해 누나”→“누나가 안아줄게”▼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의 누나 팬클럽 ‘누나가 미안해’.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나도 잘해요!” (영화 ‘질투는 나의 힘’)

“삼순아….” “이게 어따 대고 누나한테 반말이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누나라고 부르면서도 “너는 내 여자”라고 단정해버리는 ‘누나’ 신드롬. 1997년 가수 유승준이 ‘사랑해 누나’를 부르면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매김하기 시작했다.

9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 연하남의 적극적인 공세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주체가 누나로 바뀌었다는 점. 이른바 ‘누나의 재발견’ 시대다.

누나가 연인인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현영의 ‘누나의 꿈’처럼 누나가 연하남을 유혹하는 내용의 노래도 발표된다. 누나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연예인 팬클럽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탤런트 지현우 팬클럽인 ‘지현우와 누나 본능’은 개설 1년 만에 1만 명을 넘었다. 이 인터넷 카페 가입 조건은 지현우가 태어난 1984년 이전 출생 여성으로 제한된다. 이 밖에도 ‘동방신기’의 멤버 시아준수의 누나 팬클럽인 ‘소년, 누나를 만나다’나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의 누나 팬클럽 ‘누나가 미안해’ 등이 있다. 서울대 장소원(국문학) 교수는 “누님, 누나 두 가지 호칭 중 유독 누나가 유행하게 된 것은 예의보다 친근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세대의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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