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의 續세상스크린]몸이 힘든 액션, 머리가 힘든 코미디

  • 입력 2004년 6월 15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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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촬영을 마치고 막 3차 편집이 끝난 코미디영화 ‘투 가이즈’의 관계자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아직 음악이 없는 상태에서 70% 정도쯤 완성된 영화지만 15명 정도의 주요 관계자들이 일단 보고나서 마지막 최종점검 회의를 하자는 그런 의도에서 모였습니다. 시사가 끝난 뒤 우리들은 그 전에도 여러 번 본 이 영화에 대해 새벽까지 토론했습니다.

의견이 일치한 부분도 꽤 있었지만 상당 부분 이견도 나왔습니다. 정답이야 완성된 영화를 상영하고 일반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명백하게 알 수 있겠지만 그 때는 잘못을 발견해 봐야 소용없기 때문에 우리는 관객들의 반응을 추측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손으로 만들었고, 이미 몇 번을 봤기 때문에 냉정한 객관성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액션영화를 만들 때면 몸이 피곤하지만 코미디영화를 만들 때면 머리가 피곤합니다. 여느 장르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관객들은 코미디영화에서 웃음을 많이 기대하기 때문에 만드는 입장에선 참 부담이 됩니다.

그렇다고 그냥 웃기기만 하면 관객들은 허망하다고 불평을 합니다. 그래서 주제의식을 가지고 메시지를 표현하려다 보면 이번엔 웃음이 사라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결국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춰야 코미디영화는 비로소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매 신마다 관객들의 기대만큼 웃기고, 끝에 감동까지 주는 것은 사실 말이 쉽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멜로영화는 다른 부분이 다소 미흡해도 감정을 잘 지켜 가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 수 있고, 드라마가 중요시되는 장르의 영화는 전체구성에서 설득력이 있다면 그런대로 이해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미디영화는 웃기지 못하면 재미없는 영화라고 평하고, 웃기기만 하면 저질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코미디영화에서 걸작이 나오는 일이 다른 장르에 비해 드문 것입니다. 더욱이 코미디 연기는 동작과 표정이 큰 경우가 많은 데 정확한 계산으로 관객들의 웃음이 유발될 때면 어떤 연기보다 더 짜릿함을 느끼지만, 계산이 틀려 반응을 못 얻으면 배우들의 연기는 보기 역겨운 오버 액션이 됩니다.

성공의 환희도 크지만 실패의 대가가 큰 것도 코미디입니다. 그래서 코미디를 만들 때면 감독이나 배우는 참 외롭습니다. 관객의 심리가 잡힐 듯하면서도 행여 만드는 이들의 ‘집단착각’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곧 개봉될 영화 ‘투 가이즈’가 저에게 ‘짜릿함’의 기쁨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착각’의 쓰라린 대가를 주게 될 지는 아직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라는 거…. 이제 그만큼 했으면 알 때도 된 것 같은 데, 왜 해도 해도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하는 걸까요?

moviejh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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