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국방부,「모래시계」재방영계획 항의서한 파문

  • 입력 1998년 1월 11일 21시 20분


○…‘국방부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 14일부터 방송되는 드라마 ‘모래시계’(수목 토일요일 밤9.50)를 둘러싸고 군당국이 방영 자제를 요청해 방송가 안팎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육군은 지난 9일 도일규 참모총장 명의의 항의 서한을 SBS에 보내 군의 정서와 입장을 전달했고 8일 국방부도 정훈공보관을 통해 방영 재검토를 요청한 것. 군당국은 이 드라마가 재방될 경우 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군 사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래시계’는 95년 첫방영당시 드라마로는 최초로 광주민주화운동과 삼청교육대를 다뤄 45.3%의 평균 시청률과 함께 폭발적인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이에 대해 SBS를 비롯한 방송가의 입장은 단호하다. 신완수 SBS편성국장은 10일 반박성명을 내고 “시대가 달라진 만큼 드라마를놓고 시비를 거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면서 “예고대로 틀림없이 재방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사인 KBS와 MBC에서 조차 SBS가 바닥세의 시청률과 50%대의 광고판매율 등 위기상황의 타개를 위해 이 드라마를 프라임 타임대에 재방영하는 것을 비판하면서도 ‘외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MBC의 한 PD는 “95년 방영 당시 ‘모래시계’는 수많은 시청자를 통해 이미 심판이 끝난 게 아니냐”면서 “세상이 바뀌었는데 국방부의 ‘시계’만 왜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번 ‘모래시계’는 부산 광주 대구 등 7개 지역민방을 통해서 동시방영된다. 광주방송의 한 관계자는 “재방영 예고방송이 나간 뒤 이를 환영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면서 “국방부의 시대착오적인 주장이 오히려 시민들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한 뒤 관광 명소로 떠오른 강릉시의 정동진역과 주변상가에서는 드라마와 관련된 현수막과 사진 등을 내거는 등 ‘모래 바람’ 재현에 힘쓰는 한편 국방부의 방영자제 요청소식을 ‘턱도 없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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