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의 게임월드]'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 입력 2000년 8월 3일 19시 20분


일반적으로 ‘중독’이란 말은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술 담배 마약 뿐 아니라 사랑 일 운동이라도 중독되는 건 좋지 않다. 몸과 마음에 해로운 게 문제가 아니다. 중독되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끊을 수 없는 쾌락을 즐기고 있는 주체는 이미 내가 아니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은 턴 방식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전형적인 환타지 세계의 모험 이야기지만 평론가와 게이머가 모두 열광하는 게임이다.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은 소위 ‘중독성’으로도 유명하다.

한 번 클리어한 후에도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게임은 많지 않다. 하지만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한 두 명이 아니다. 이미 여러 번 해서 지도를 다 외울 지경인데도 또 게임을 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다. 어느 종족을 선택해 어떤 순서로 건물을 짓고 언제쯤 공세를 펼칠 것인지, 이미 최적화된 전략이 머리와 손에 익어있다. 게다가 심심해서 죽을 지경일 때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또 달려드는 스스로가 어떤 때는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중독성이 있으려면 재미있어야 한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은 분명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턴 방식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한 순간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모두 중독성이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쳐놓는다면,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일에 매달리는 사람은 없다. 너무 쉬운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하면 손에 잡힐 것 같은 일은 그만두지 못한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 바로 그렇다. 도저히 뚫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도 일단 세이브를 하고 보자. 그런 후 조금씩 다른 작전을 구사하다보면 승리할 수 있다. 적과 나, 전술과 전략의 절묘한 균형을 기가 막히게 잡아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납득이 가는 설명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중독은 좀 더비논리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윈도우에 딸려있는 지뢰찾기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다. 처음에는 진짜 재미있어서 하지만 하다보면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자신과의 경쟁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 훨씬 처절하다.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기 위해서 틈만 나면 하고 재미없어도 한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에서도 성적이 매겨진다. 게임을 끝낼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기다린다. 단 1점이라도 올라가면 짧게는 한 두 시간, 길게는 일곱여덟 시간의 노고가 충분히 보상된다.

물론 아직도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어쩌면 중독을 설명해보려는 게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한 시도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논리가 힘을 잃는 영역이 있고, 가끔은 그 곳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게임이 있다. 박상우(게임평론가)

sugulma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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