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뉴미디어를 가다]<3>체험하듯 생생한 뉴스… VR로 ‘몰입 저널리즘’ 시대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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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VR 동영상 전문 매체 ‘옴니버트’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가상현실(VR) 동영상 전문 매체 ‘옴니버트’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 마이클 러커가 본보와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가상현실(VR) 동영상 전문 매체 ‘옴니버트’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 마이클 러커가 본보와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모든 미디어가 콘텐츠를 100% 직접 만들어야만 할까요? 남이 만든 콘텐츠를 가공하거나 널리 전파하는 것 또한 미디어의 역할 아닐까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가상현실(VR) 동영상 전문 매체 ‘옴니버트’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마이클 러커(31)는 기자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옴니버트는 2015년 12월 출범한 직원 10명의 신생 회사. 전통적 의미의 언론이기보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더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우리를 뉴미디어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몇 년 안에 미디어로 인정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옴니버트의 기술과 플랫폼으로 재탄생한 콘텐츠가 독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한다는 점에서 미디어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그는 VR를 이용하면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지 않고 ‘체험’하기에 해당 콘텐츠를 더 오래, 더 깊이 각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몰입 저널리즘’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입체적으로 보이는 유럽의 고성. 이 같은 가상현실(VR) 동영상 콘텐츠는 뉴스의 ‘소비’를 넘어 ‘체험’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스마트폰 화면에서 입체적으로 보이는 유럽의 고성. 이 같은 가상현실(VR) 동영상 콘텐츠는 뉴스의 ‘소비’를 넘어 ‘체험’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 별도 앱과 헤드셋 없이 즐기는 VR

8월 4일 지역 명물이자 프로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안방인 AT&T 파크 인근 카페에서 러커 창업자를 만났다. 180cm가 넘는 큰 키와 짧은 갈색 머리의 그는 한눈에 봐도 에너지가 넘쳤다. 기자와의 인터뷰가 오늘 네 번째 미팅이라면서도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예일대와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구글과 유튜브의 콘텐츠 전략 분야에서 일했다. 공동 창업자인 태국 출신의 브래드 파이산(32)도 그의 구글 동료다. 둘은 “동영상 콘텐츠의 미래는 모바일 VR에 있다”며 창업을 감행했다.

옴니버트의 나머지 직원 8명도 구글 등 쟁쟁한 IT 기업 출신이며 대부분이 기술자일 정도로 ‘기술 우선’을 기치로 삼는다.

러커 창업자는 “아직도 별도의 앱을 내려받고 헤드셋을 쓰지 않으면 일반 360도 영상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VR로 감상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옴니버트 기술로 재탄생한 360도 영상은 웹 브라우저나 모바일 운영체제(OS)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에서 완벽하게 재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모건스탠리와 함께 만든 3분짜리 기후변화 캠페인 360도 동영상을 보여줬다. 처음에 광활한 우주가 등장하고 지구, 태평양, 산호섬으로 점점 좁혀진 뒤 마지막에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공화국이 등장했다. 그는 이어 한 편의 그림 엽서 같은 키리바시 풍경을 구석구석 보여줬다. VR 동영상 전용 헤드셋 없이 스마트폰 화면 속임에도 3D 화면을 보는 듯 생생한 입체감이 느껴졌다.

잠시 후 동영상 속 파도 위에 ‘키리바시에 남은 땅이 거의 없다’는 취지의 문구가 떴다.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을 우려하는 그 어떤 기사보다 이 짧은 동영상이 가슴에 와 닿았다. ‘VR는 몰입 저널리즘을 위한 최적화 도구’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옴니버트는 웹사이트 왼쪽 상단에 자사 플랫폼에서 생산된 VR 콘텐츠들이 얼마나 많이 조회됐는지를 표시한다. 28일 현재 7억5000만 회를 돌파했다(첫번째 사진). 옴니버트가 만든 VR 동영상을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시연해 보이는 러커 창업자(두번째 사진). 샌프란시스코=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옴니버트는 웹사이트 왼쪽 상단에 자사 플랫폼에서 생산된 VR 콘텐츠들이 얼마나 많이 조회됐는지를 표시한다. 28일 현재 7억5000만 회를 돌파했다(첫번째 사진). 옴니버트가 만든 VR 동영상을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시연해 보이는 러커 창업자(두번째 사진). 샌프란시스코=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 수익 모델은 광고

옴니버트 웹사이트(omnivert.com)는 VR 콘텐츠 제작 및 공유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한다. 누구든 자신이 촬영한 360도 영상을 VR 전용 콘텐츠로 바꾸고 웹사이트에 올릴 수 있다.

이 사이트 왼쪽 상단에는 지금까지 자사 플랫폼에서 생산된 VR 콘텐츠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달했는지 수치가 보인다. 러커 창업자와 만났던 8월 4일에는 총 6억5000만 회였으나 11월 28일 현재 7억5000만 회를 넘어섰다.

옴니버트는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지만 돈을 버는 건 광고다. 모건스탠리 등 기업체가 옴니버트 기술을 사용해 자사 광고를 VR 동영상으로 제작한다. 이때 해당 기업으로부터 VR 동영상에 대한 기술 사용료를 받는다. 그 후 WSJ 같은 기성 언론이 이 광고를 자사 웹사이트에 게재하면 그 광고 수익도 7(기성 언론) 대 3(옴니버트) 비율로 나눈다.

올해 7월 WSJ 웹사이트에는 옴니버트가 제작한 리츠칼턴 호텔의 리워드 카드 광고가 등장했다. ‘인사이드 더 모먼트(inside the moment)’라는 이 광고는 사용자가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등 미 9개 도시에서 여행하며 특정 상점에 갈 때마다 리워드 카드를 어떻게 쓰면 되는지를 설명한다.

러커 창업자는 “VR 광고들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일반 배너 광고보다 사람들이 클릭하는 비율은 두 배 높았고, 광고를 보는 시간도 평균 1분 이상 길었다”며 “상당수 VR 광고가 컴퓨터에서는 잘 구현되지만 모바일에서는 깨질 때가 많은데 우리기 만든 동영상은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잘 구현된다”고 말했다.

○ 세계 언론은 동영상 전쟁 중

현재 뉴욕타임스(NYT), WSJ, CNN 등 기성 언론뿐 아니라 허프포스트, 바이스(VICE) 등 뉴미디어들도 VR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고 있다.

NYT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일 1개의 VR 동영상을 제작하는 ‘더 데일리 360’를 시작했다. 삼성이 360도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무상 제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4월부터 매달 3∼5개의 VR과 AR 동영상 콘텐츠를 만든다. WSJ도 옴니버트 등 여러 업체와 손잡고 360도 동영상을 제작 중이다.

주요 미디어는 왜 VR 시장에 뛰어든 걸까. “젊은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라는 게 러커 창업자의 분석이다. 그는 “밋밋한 텍스트나 사진만으로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수 없다. 특히 산불,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 관련 동영상, 체험이 중요한 콘텐츠 등은 VR로 만들어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접 갈 수 없는 곳을 체험한 듯 느끼게 해주는 게 VR 동영상의 최대 매력이며 이런 ‘몰입형 콘텐츠’는 기성 언론의 뉴스룸 구조나 콘텐츠 생산 방식과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는 “VR 콘텐츠를 이용한 스토리텔링은 아직 시작 단계”라며 “지금 이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페이스북 같은 외부 소셜미디어 플랫폼 대신 언론사 자체 콘텐츠로 더 많은 독자를 유치하고 광고 수익까지 올리는 일을 옴니버트가 돕겠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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