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의 실록한의학]〈61〉감기를 낫게 하는 금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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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조선 19대 숙종(1661∼1720) 재위 44년(1718년) 고령의 임금은 자주 감기에 걸렸다. 그해 가을(9월 27일), 맑은 콧물이 흐르고 기침이 나면서 열이 심해지자 어의는 한약 대신 차처럼 마시는 다음(茶飮)을 권했다. 어의가 권한 감기의 비방은 바로 금은화였다. 인조도 재위 26년 8월 16일 감기에 걸리자 금은화차 2첩을 끓여 먹은 다음 “감기 증세는 꽤 풀린 듯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승정원일기에 쓰인 임금의 감기 처방은 금은화차가 대세다.

금은화는 일반인들에게 낯선 약재이지만 많은 왕들은 효능에 매료됐다. 개혁군주 정조도 ‘홍재전서 일득록’에서 자신의 체질과 치료 처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금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젊었을 때 몸에 열이 많아 음식을 겨우 먹었으므로 날마다 우황과 금은화 따위를 먹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정조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종기였다. 종기는 조선시대 임금들을 괴롭힌 가장 무서운 질환 중 하나. 정조가 복용한 이유는 종기를 삭이는 항염증 작용이 가장 뛰어난 약재가 바로 금은화였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은 종기를 예방하는 단방을 소개하면서 금은화의 줄기인 인동의 줄기를 모아 찧어서 떡처럼 만든 인동병을 최고의 약재라고 했다.

필자의 아들도 금은화의 효험을 톡톡히 본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항문 주위에 염증성 종기가 심하게 부풀어 입원했는데 외과 전문의는 수술하기를 난감해했다. 종기 제거 수술을 하면서 항문 주위 근육을 다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술을 포기하고 아들에게 금은화를 진하게 달여 먹였는데 정말 감쪽같이 종기가 사라졌다.

금은화는 추운 겨울도 견뎌내는 인동(인동초)의 꽃이다. 인동은 전국의 산과 들에서 흔히 자라는 덩굴나무. 인동은 각 마디에서 두 송이씩 꽃을 피우는데 흰색으로 먼저 핀 꽃이 나중에는 노란색으로 변하고 뒤에 갓 피어난 꽃은 흰색으로 금색과 은색이 혼재된 금은화가 된다. 5, 6월에 피는 꽃은 달콤해서 과거 어린이들이 즐겨 따먹는 꽃이었다. 특히 향기가 매혹적이라 멀리서도 은은하게 코를 자극한다.

감기를 치료하는 민간약으로 애용된 금은화는 최근 임상 연구에서도 독감 등 바이러스성 감염성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지용의 시 ‘인동차’에도 감기 치료약으로 쓰인 인동(금은화) 처방의 모습이 생생히 묘사돼 있다.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璧)에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10월 초 밤낮의 기온 차가 10도 이상 나는 날이 많아지면서 가을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다. 콧물과 재채기, 코 막힘도 힘들지만 눈과 코, 목 천장의 가려움은 참기 힘들다. 금은화는 해열과 가려움 증상 해소에 효험이 크고 콧물과 기침 등 감기 증상 치료에도 좋다. 여름에 꽃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인동 덩굴 40g 정도를 구해 진하게 달여 먹으면 좋다. 올 5월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 현장 취재진을 위해 준비한 만찬에도 금은화차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감기#금은화#인동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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