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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세이/유복환] 전기 플러그 뽑아 ‘대기전력’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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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세이/유복환] 전기 플러그 뽑아 ‘대기전력’ 잡자

동아일보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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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에 등장하는 ‘흡혈귀’는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각 가정에 흡혈귀가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세계는 문명이 탄생시킨 새로운 흡혈귀의 등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전기를 빨아 먹는 흡혈귀, ‘대기전력(standby power)’ 이야기다.

TV, 전자레인지 등 전기기기는 꺼져 있을 때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작동을 위한 ‘대기상태’에 있다. 계속해서 전기가 소모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의 1일 사용시간이 총 10분 정도인데 하루 종일 플러그가 꽂혀 있다면 전력 사용량의 24%가 쓸데없이 소모된다. 비데도 대기전력으로 전력 소비량에 절반 이상인 57%가 허비되고 만다. 이렇게 가정에서 버려지는 대기전력은 한국이 11% 수준. 미국(5%), 일본(9.4%)보다 전력 낭비가 크다.

나라 전체로 보면 대기전력 때문에 낭비되는 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마어마하다. 국내 각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가전기기의 플러그를 콘센트에서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원자력발전소 약 1기분의 발전용량(85만 kW)의 전기를 매년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대기전력을 잡기 위해 모든 전자제품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낮추는 ‘대기전력 1W’ 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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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전력’을 줄이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전기기기에 있는 온·오프 스위치만으로는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으므로 플러그를 뽑아 전기의 흐름을 끊는 것이다. 플러그 뽑는 것이 귀찮다면 멀티탭을 사용한다. 멀티탭의 스위치를 끄면 플러그를 뽑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파트를 건축할 때 거실, 침실에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를 설치하면 가구별 전기사용량의 약 11%를 절감할 수 있다. 호텔방처럼 외출할 때 한 스위치만 끄면 냉장고를 제외한 방의 모든 전기기기가 꺼지도록 건축설계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기전력만 잘 차단해도 각 가정에서는 연간 3만3000원, 전국적으로 5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국내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기름은 약 200만 드럼이다. 드럼통으로 경부고속도로에 줄을 세우면 서울과 부산을 세 번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는 에너지 절약이 어느 나라보다 절실하다. 불, 화석연료,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에 이어 에너지 절약은 ‘제5의 에너지’다. 자원이 많은 국가는 수십 년을 잘살지만 자원을 절약하는 국가는 백년을 부흥한다는 말이 있다.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내가 줄인 전기 한 등이 전국적으로 5000만 등이 된다는 생각으로 에너지와 탄소 줄이기에 민감하게 행동해야 할 때다.

유복환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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