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건강]<7>가출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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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칠수록 멀어집니다

대화 부족이 원인… 돌아오면 감싸안아야

성난 아버지에게 끌려온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있었다. 학교에선 선생님에게 대들고 잦은 무단결석으로 퇴학 처분을 받기 직전인 ‘문제아’였다.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방과 비디오방에서 지내질 않나, 연락도 없이 친구 집에서 자고 오질 않나, 얘 때문에 아주 미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친구와 찜질방에도 자주 갔다는 것이다. “당장 나가”라는 호통에 여학생은 진짜 가출했고, 거의 일주일이 지난 뒤 친구 집에서 잡혀 왔다.

가출 이후 구렁텅이에 빠졌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약 70만 명이며 가출한 청소년은 1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고교 1, 2학년 때 가출하는 청소년이 가장 많다고 한다. 가출 청소년은 구제할 길이 없는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그저 보통 아이들이다.

가정 문제, 학업 문제, 부모의 엄격한 제재 등이 가출 원인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부모와의 대화 부족이다. 가출 청소년들은 한결같이 부모와 대화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부모들이 자신의 의견은 무시하기 일쑤고 엄격한 규율을 정해 놓고 이를 어기면 심한 벌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 생각을 부모에게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10대들은 결국 집을 뛰쳐나간다.

가출 청소년을 위해선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청소년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평가하여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영영 집을 나가기로 마음먹은 아이들도 있지만 가출 청소년 대부분이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하고 며칠만 집을 나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가출했던 자녀가 돌아오면 화내거나 야단치지 말고 돌아온 것에 대한 기쁨을 전해줄 필요가 있다. 어렵겠지만 자녀의 순간적인 행동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단 자녀가 가출하면 경찰에 알려야 한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홍성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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