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NGO, 전자제품 폐기물 재활용 선봉에 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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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심장]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에코서브 직원이 전자제품을 해체하고 있다. 이는 매우 섬세한 과정이다. 사진 에코서브 제공
에코서브 직원이 전자제품을 해체하고 있다. 이는 매우 섬세한 과정이다. 사진 에코서브 제공

레바논 베이루트 북쪽 도시 주니에의 한 건물 지하실. 수명이 다한 전자제품들이 바닥에 쌓여 있고, 다른 제품들은 깔끔하게 포장되어 선반 위에 놓여있다. 이 지하실은 비영리단체 에코서브(Ecoserv)의 본사다. 이 곳은 폐전자제품을 다루는 일, 즉 폐기물을 해체 및 포장하고, 재활용 공장에 보내는 길고 복잡한 과정을 심각하게 여긴다. 마스크와 장갑을 쓴 전문 기술자 2명이 컴퓨터 라디오와 같은 제품의 구성 부품을 분류한다. 이는 전자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필수 단계다.

2018년 3월 설립된 이 NGO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가비 카삽(Gaby Kassab)은 그동안 전자 관련 대기업에서 일해왔다. 몇 년간 해외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전자폐기물 관리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2017년 유엔대학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세계는 4470만 t 분량의 전자전기폐기물을 배출했다. 이는 1인당 연간 6.1㎏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것과 같으며, 에펠탑 4500개의 무게와 맞먹는다. 배출량은 2021년까지 5220만 t(1인당 6.8㎏)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폐기물 중 단 20%만이 수거돼 재활용된다.

“레바논에 돌아온 뒤 저는 전자폐기물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폐기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죠.” 카삽은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종류의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레바논의 중고 전자제품 관리는 기껏해야 단편적인 수준이다. 결국 이 제품들은 자연, 쓰레기 매립지, 혹은 미숙련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제품 속 금속과 플라스틱을 회수하기 위해 미숙련자들은 제품들을 태우거나 엉망으로 분해한다. 이는 독성 오염을 야기할 위험이 높은데, 특히 중금속과 변형된 플라스틱은 토양이나 물, 대기를 오염시킬 수 있어 위험성이 더욱 크다.

레바논에 전자폐기물 해체 과정을 감독하는 데 일부 관심을 쏟는 NGO들이 있을 수 있으나 폐기물의 최종 목적지에 관심을 갖는 단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카삽의 주장이다. 그는 “그것(최종 목적지)이 바로 우리가 행동의 초점을 두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자폐기물 파괴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지점을 두고 있는 영국 재활용업체 ‘엔비로서브(EnviroServ)’와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가 전자흑판처럼 인증된 재활용 업체에서만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자재들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플라스틱, 금속과 관련된 것은 레바논 재활용 공장으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또한 에코서브는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모든 종류의 전자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카삽은 “기술자들은 우리가 계약을 체결한 재활용업자에게 훈련을 받는다. 이들은 가장 안전한 해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3개월마다 훈련을 새로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NGO 설립 이후 전자폐기물 15t을 수집했다”고 덧붙엿다.

가비 카삽(Gaby Kassab) 에코서브 창립자(왼쪽)와 직원들이 에코서브 본사 앞에 서있다. 사진 에코서브 제공
가비 카삽(Gaby Kassab) 에코서브 창립자(왼쪽)와 직원들이 에코서브 본사 앞에 서있다. 사진 에코서브 제공
에코서브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카삽은 “우리의 목표는 전국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수거하는 것”이라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폐기물 수거 루트를 설계하는 것이다. 수거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게, 대학, 시청 등 40개 수거 장소에 양동이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거 루트를 확장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특히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그 누구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나라에서는 말이다. 레바논과 해외에 있는 재활용 공장은 에코서브가 보낸 원자재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만, 이 수익은 에코서브의 운송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에코서브가 직원 6명을 채용하고 계속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익명의 금융 파트너들 덕분이다.

비록 난관은 많지만, 에코서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카삽은 “우리의 목표는 언젠가 레바논에 폐기물 해체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이 가능한 진정한 전자폐기물 공장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쓰레기 수거가 더 큰 규모로 이뤄져야 하며 이에 대한 태도도 변해야 한다. 카삽은 “우리에겐 시민들이 전자폐기물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낳는 결과를 인식하도록 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재활용공장이 전국에서 전자폐기물을 수거해 처리한다고 상상해보라. 이는 레바논에 정말로 이득이 될 것이다.”

수잔느 바클리니(Suzanne Baaklini) 레바논 로리앙 르 주르(L‘Orient le Jour) 기자
번역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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