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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기도 힘든 나홀로 노인 느는데… 원격진료, 도시는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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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기도 힘든 나홀로 노인 느는데… 원격진료, 도시는 불허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8-10-08 03:00수정 2019-01-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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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공화국엔 미래가 없다]<4>갈길 먼 원격의료 규제 완화

《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이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은 상당수가 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고령 환자다. 의사의 원격진료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국내 원격진료는 의료계 반대로 군부대, 교정시설, 산간도서벽지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2일 충남 홍성군 구항면에서 고혈압을 앓고 있는 이희준 할머니(왼쪽)가 가정방문 간호사의 도움으로 이승태 충남 구항보건지소장에게 원격 화상진료를 받고 있다. 홍성=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할머니! 건강은 어떠세요. 혈압 수치를 확인하니 129에 71로 고혈압이 많이 좋아졌네요. 140이 안 넘도록 혈압약 매일 드세요.”

이승태 충남 구항보건지소장의 얼굴이 태블릿PC에서 영상으로 나오자 이희준 할머니(77)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충남 홍성군 구항면에 있는 집에 누워 있을 때가 많은 이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병·의원을 찾기 힘들다. 이 할머니가 “요즘 오른쪽 허벅지와 양쪽 발이 많이 저린다”고 하자 간호사는 할머니의 통증 부위가 자세히 보이도록 허벅지 부위에 카메라를 갖다 댔다. 이를 살펴본 이 소장은 “간호사와 함께 간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를 해줄 테니 잘 받으면 된다. 다음 주에 독감주사 맞으러 보건지소에 와야 하니 그때 통증 부위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홍성군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이 할머니의 집에 원격가정방문 간호사가 방문해 원격의료를 도왔다. 할머니의 남편인 최영부 할아버지(79)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집에서 원격진료와 함께 물리치료를 받으니 아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 정부, 의료사각지대의 원격진료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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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해 간호사가 찾아가는 가정간호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25만9975건에서 2014년 26만3355건, 2015년 27만1814건, 2016년 33만3621건, 2017년 48만3284건으로 늘었다. 가정간호 대상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암, 뇌경색, 치매 등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이 대부분이다. 현재는 거동이 불편해도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위해서는 병원에 가야 한다.

국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원격진료는 ‘의사-의료인(의사, 간호사 등 병을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총칭) 간’만 가능하다. ‘의사-환자 간’은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한적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어선, 산간도서벽지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의료사각지대가 아닌 도심에 있는 일반인 환자 대상 원격의료는 제외됐다.

문제는 앞으로 돌봐줄 보호자가 없는 1인 고령자 가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1인 고령자 가구 수는 129만4000가구로 전체 고령 가구 대비 33.5%를 차지하고 있다. 2045년엔 371만9000가구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홍석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도심에 살고 있는 홀몸노인 중 거동이 불편한 환자 상당수가 의료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직접 병원을 찾아가기 쉽지 않아 원격의료 같은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원격의료에 원격처방·약 배달도 포함돼야

정부가 원격진료만 허용한다고 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편의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격진료를 도와줄 여러 정책이 함께 가야 된다.

즉 ‘원격진료→원격처방→원격 약 배달 서비스’까지 환자가 집에서 ‘원스톱’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격처방은 물론 원격 약 배달 서비스의 실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법뿐만 아니라 약사법까지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34조에서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다. 또 약 배달의 경우 약사법에 의하면 약사가 아니면 약을 판매할 수 없고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약을 보관할 수 없다. 약 배달은 약사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홍성군의 경우 간호사나 보호자가 대신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약국에서 받고 있다. 원격진료가 활성화된 일본에서는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가 약국까지 가지 않아도 약을 배달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일본은 4월부터 원격진료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원격진료라는 애매한 용어 대신 ‘온라인진료’로 통일했다.

○ 6개월 대면진료 뒤 원격진료 전환도 대안

국내에서는 의사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원격진료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면진료도 오진이 많은 상황인데 원격진료는 더 많은 오진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대면진료를 한 뒤 그 뒤부터 원격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으로 오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원격진료를 하다가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20∼30분 내에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대책도 있다. 또 대형병원에선 원칙적으로 원격진료를 볼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원격의료로 인한 의료 민영화와 의료비 상승 등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직접 담당하는 방안도 있다.

연세대 의대 보건대학원 정형선 교수는 “집에서 누워 있는 환자조차 매번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건 환자를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이고 환자 안전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왕진, 온라인진료(원격진료), 방문간호제도 중에서 환자가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게 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활성화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홍성=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원격의료 ::

환자가 직접 동네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의료장비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원격의료 규제 완화#나홀로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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