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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시인 “브이로그 운영 3개월째… 독자와 문학 잇는 다리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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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시인 “브이로그 운영 3개월째… 독자와 문학 잇는 다리 됐으면”

김지영 기자 입력 2018-11-22 03:00수정 2018-1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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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청년 작가들]<18>유튜브하는 시인 문보영
“문학이 불확실성만을 준다 해도 빠져나갈 수가 없다. 병(病)이라면 병일 것”이라는 문보영 시인은 “문학병 홍보대사를 자처한다”며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문보영 씨(26)가 유튜브 채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운영한 지 3개월째다. 최근 영상은 부유한 인근 동네를 구경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급스러운 주택엔 ‘남의 현실’, 집에 오는 길에 있는 인형뽑기 기계 속 눌려 있는 인형들엔 ‘나의 현실’이라는 소제목이 달렸다. 호기심을 돋우는 영상 제목 ‘반려돈의 목욕’은 돼지 인형을 씻기는 장면을 가리킨다.

“‘보영아, 낙엽 떨어진다. 시 써’, 친구들이 이래요(웃음). 시인이 꼭 그런 사람은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2일 만난 문 씨는 시인의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는 이 동영상이 독자와 문학의 거리를 좁히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시인이라곤 김소월 한용운 같은 교과서 문인들밖엔 몰랐던 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 수업을 듣고 시에 빠졌다.


“다이애건 앨리(‘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사들의 상점으로 벽돌을 두들기면 상점이 나온다)를 만난 거예요. 우연히 듣게 된 강의가 나를 ‘시’라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안내한 거죠. 시가 그렇게 힙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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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에 두 번째 도전해 시인이 됐지만 친구들은 문 씨의 등단작을 ‘구리다’고 했다. 그 자신도 ‘시를 쓴다’고 생각할 때면 ‘엉뚱한 발랄함이 맥을 못 추는 걸 느꼈다’. 누가 봐도 시처럼 보이는 건 문예지에 보냈지만, 시의 꼴 같진 않지만 혼자서 시라고 믿고 싶은 건 ‘딕싯’이라고 이름 붙인 컴퓨터 파일에 저장했다(‘딕싯’은 그림카드로 이야기를 만드는 보드게임 이름이기도 하다). 그 파일에 작품 50여 편이 쌓였을 때 김수영문학상 공고 소식을 들었고, 작품을 보냈다. 등단 뒤 최단기간에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시인이 됐고, 지난해 말 수상 시집이자 첫 시집인 ‘책기둥’을 펴냈다.

자신의 세대가 앞선 작가들과 다른 지점을 묻자 “삶을 아는 것과 문학을 아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제가 술을 잘 못 마셔요. 등단 후 자주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술 안 마시는데 어떻게 시를 써?’였어요.”

그가 보기에 새로운 세기의 시인은 술을 잘 마시는 것과 시를 잘 쓰는 것이 무관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문 씨는 소설가 J D 샐린저의 청춘을 다룬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다 “진정한 작가는 보상 없이도 글을 써야 한다”는 대사를 듣고 울었다고 했다.

“억울해서요. 21세기 문인들은 돈을 잘 벌었으면 좋겠어요. ‘진정한 작가는 협찬으로 먹고살기 때문에 돈 걱정 안 하고 시만 쓴다’는 말이 가능한 세상을 꿈꿔요. 제가 브이로그하면서 세탁세제와 화장품 협찬이 들어왔는데, 눈물을 흘렸어요. ‘이제 생필품 조달 걱정 없이 시를 쓸 수 있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의 ‘엉뚱한 발랄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왜 시를 쓰느냐는 질문에 그는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쓴다”고 답했다.

“바나나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걸 빼면 시가 되고, 사랑에 대해 아는 걸 빼면 시가 돼요. 시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읽는 사람들도 함께 생각해 보도록.”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문보영 시인#어느 시인의 브이로그#김수영문학상#책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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