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은 프로 오지라퍼]금세 피고 지는… 벚꽃같은 봄 외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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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기 아까운 옷은 무엇일까? 봄 외투가 아닌가 싶다.

점점 짧아지는 봄 때문에 봄 외투를 입는 기간도 줄고 있다.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고 싶어 밝은색의 봄 외투라도 살라치면 아내에게 타박을 듣기 쉽다. “몇 번 입지도 못할 거 왜 사니?”

의류 브랜드들의 고민도 깊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 전 ‘적당한 시기’에 매장에 봄 의류를 전시해 놓는다. 하지만 이 적당한 시기가 애매하다. 갑자기 꽃샘추위라도 닥치면 “추운데 무슨 봄옷이냐”는 반응이 나오기 쉽다. 완연한 봄이 와서 봄 의류를 내놓으면 때는 늦다.

물론 무난한 색상의 봄 외투를 구매한다면 가을에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채도가 밝은 봄 외투를 무채색이 어울리는 가을에 입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봄 외투를 무채색으로 산다면 봄 외투를 사는 의미가 퇴색된다.

봄 외투는 벚꽃과 같다. 화사하게 피었다 금세 지는 존재. 비록 1년 중 한 달도 입지 못할지 모르지만 화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존재의 의미는 충분한 것 아닌가? 벚꽃처럼 말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봄 외투#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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