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기자의 억지로 쓰는 문화수다]해외 케이팝 팬들의 ‘낯선 영어-문화’ 배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양환 기자
정양환 기자
 이달 초, 동아일보가 3회 시리즈 ‘아이돌 20년, 일상을 바꾸다’를 연재한 뒤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정년퇴직한 60대라고 밝힌 어르신은 “요즘 가요시장을 알게 돼 반갑다”면서도 약간의 푸념을 털어놓았다. 노래도 용어도 너무 생경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룹 이름이야 그러려니 합니다. 근데 웬 외래어가 그리 많소. 인터넷도 찾아봤는데, 몇몇은 도저히 모르겠습디다. 손자 놈은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만 주네요.”

  ‘나쁜 손자 놈’(글에 적힌 호칭이다). 그리고 더 나쁜 기자 놈. 워낙 요즘 한국 가요가 ‘케이팝(K-pop)’이라 불리며 국제적인지라. 다시 들춰봐도 확실히 영어식 표현이 많다.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그 대신 해외 팬들은 좀 편안하지 않을까. 근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다. 최근 미국 인터넷 매체 ‘데일리닷’은 ‘케이팝 A-Z: 초보자 용어사전’이란 기사를 게재했다. 우린 쉽게 쓴 말도 그들 눈에 희한한 모양. 그중 몇 가지만 보자.

 ①컴백(comeback)=망했거나 은퇴했다가 나타난다는 의미의 복귀나 재기가 아니다. 케이팝에선 ‘새 노래를 발표하며 공식 활동에 나서는 것’을 컴백이라 부른다. 한 가수가 수십 번씩 복귀하는 셈이다. 쉰 것도 아니다. 발표 몇 달 전부터 뮤직비디오 촬영, 군무 연습, 사진 촬영과 배포 등으로 정신없다. 주야장천 일하는데 ‘돌아왔다’고 한다는 것이다.

 ②눈웃음(eye smile)=당장 유튜브에 ‘eye smile’만 쳐봐도 이게 왜 케이팝 문화인지 안다. 한국 걸그룹의 눈웃음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데일리닷은 “눈웃음이란 아이돌이 기쁨을 표현하며 눈이 초승달(crescent) 형태로 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역시 영어엔 없는 표현이다.

 ③네티즌(netizen)=
이것도 외국인은 낯설다. “정확한 뜻은 인터넷 시민”이란 설명까지 붙였다. 그들에게 한류 ‘네티즌’은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가 보다. “아이돌에 대한 비난으로 악명 높은데 때론 악독(toxic)하기까지 하다. 외모와 몸무게, 성형수술, 데이트나 스캔들까지 모든 걸 문제 삼는다.”

 ④여장(X-dressing)=
데일리닷은 “보이그룹이라면 꼭 한 번씩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콘서트나 TV쇼에서 소녀 차림으로 유명 걸그룹 노래를 따라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한류에 빠지고 싶거든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단다. 한국에선 이를 동성애나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거론하지 않는다며.

 한류는 참 멋진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해도 쉽지 않던 한국 알리기가 아이돌 노래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퍼진다. 그런데 한류의 확산은 외국인도 우리를 더 꼼꼼히 들여다본다는 뜻일 터. 이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데일리닷은 케이팝의 ‘서열’에 대한 해설도 곁들였다.

 “한국 아이돌 그룹엔 꼭 ‘리더’가 존재한다. 주로 나이가 많거나 연습생 생활을 오래한 멤버가 맡는다. 리더는 그룹을 통솔하며 대변자 역할도 한다. ‘막내’도 있다. 노래 중간에 팬들은 멤버 이름을 외치는데, 주로 나이순이다. 아이돌은 이르면 12세부터 시작하는 연습생 시절부터 엄격한 예절교육까지 받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케이팝#k-pop#눈웃음#네티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