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서혜림]소도시 비즈니스가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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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청년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 운영
서혜림 청년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 운영
서른여섯에 영어 강사를 그만두고 시골에 살고 있다. 외국보다 멀게 느껴지는 시골행이 무서웠지만,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이니 살다 보면 살아지겠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무모한 짓인가 싶다. 평생 벌어먹던 단 한 가지의 기술을 벗어던지는 일은 정말 무서운 일이었지만 결론부터 밝히자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이었다.

직접 창업을 해서 운영을 해 보니 이미 모든 것이 발달되어 있는 완성형 도시와 소도시 비즈니스는 차이가 있다. 완성형 도시는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신규 사업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다. 필요한 시설이나 서비스는 모두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큼 혁신적인 모델이 아니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소도시의 경우 소위 ‘스타벅스’를 비롯해 온갖 없는 것투성이라서 현지화의 어려운 벽만 넘어설 수 있다면 창업자들에게는 기회가 돌아갈 여지가 있다.

텃세는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볼 수 있다. 점포 임차료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대놓고 외지인 마케팅을 선택해 본다면 어떨까 싶다. 지방 시장은 ‘서울 맛’ 서비스에 대한 갈망이 있다. 지방에 살다 보면 ‘서울 맛’ 서비스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서울에 다녀오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이런 시장의 욕망을 역이용한다면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 서울까지 다녀올 비용과 시간이 아껴지기 때문에 조금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상품과 서비스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더불어 ‘서울 맛’과 ‘지역 특색’이 잘 버무려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해서 도시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지역의 명물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훌륭한 창업 스토리가 더해져 알려진다면 금상첨화가 된다.

정부의 지원도 그렇다. 취업자건 창업자건 이미 잘되고 있는 곳의 지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또한 지원 범위에 비해 신청자가 많기 때문에 기회가 돌아올 확률은 더 적어진다. 그러나 청년이 부족한 지역에 청년들이 들어온다면 청년 창업·취업 지원의 혜택을 받을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다만 ‘정부지원 헌터(hunter)’들을 걸러내는 시스템은 생각보다 꼼꼼하게 짜여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능력 있고, 제대로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창업·취업자들에겐 소도시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정부의 지원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참신하고 성실한 청년들이 지역으로 유입되면, 발전 동력이 없어 보이는 소도시가 ‘매력적인 소도시’로 탈바꿈한다. 청년들과 소도시의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래는 다시 소도시 시대가 될 거라고 감히 전망해 본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비용은 무한히 상승하며, 바쁘고 복잡한 삶을 유지하는 비용이 성공의 기회를 넘어서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매력적인 소도시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혜림 청년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 운영
#시골#텃세#정부지원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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