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서혜림]클럽 없어도 청춘은 불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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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귀촌해서 미디어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공동창업자는 3명. 시골에 와서도 삶은 계속되니까 밥벌이나 하자고 시작한 일이 창업까지 이어졌다. 사업자등록증을 낸 이유가 결재 받을 법적 근거가 필요해서였으니 밥벌이용 창업이 맞다. 공동창업자 세 명은 모두 귀촌 청년으로 도시에서 신문기자, 영어강사, 영상감독을 하던 사람들이다. 젊은이들이 시골에서 창업을 하니 처음에는 굶어죽을까 싶어 여기저기서 적선하듯 일을 주셨다.

마이크 잡는 일에 익숙한 영어강사는 다양한 행사 진행을 담당했다. 행사 진행 경력이 쌓여 충남도 단위의 큰 행사 의뢰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자는 펜을 잡았다. 다양한 사례집이나 보고서 등을 위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영상감독은 시골의 풍경과 다양한 홍보영상을 찍었다.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미디어라는 공통점을 찾아냈고, 이제는 종합미디어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행사 기획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출판물까지 한 기업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늘 같은 지역에 있다는 신뢰가 회사의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지난달에는 ‘기업신용인증서’를 발급받았다. 현금의 흐름이 어쩌고, 어음이 어쩌고 하는 복잡한 서류에 ‘로컬스토리 미디어협동조합을 B등급 기업으로 인증한다’고 쓰여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학점 같은 평가를 받으니 조금 실망했다. 그래서 A는 어떻게 받는 건지 평가 기준표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다행히 B등급 이상이면 대한민국의 믿을 만한 기업으로 인정받는 듯했다. 여전히 로컬스토리는 소꿉장난 규모의 회사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로컬스토리-충남이 있다면 로컬스토리-제주도 생길 수 있을 테고, 로컬스토리-로스앤젤레스(LA)도 생길 수 있는 일 아닐까. 어차피 꿈을 꾸는 건 우리 마음이다.

로컬스토리는 귀농·귀촌 청년들뿐 아니라 지역의 청년들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 만큼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에선 이런 일자리가 많아야 더 많은 청년들이 여기 남아있고 싶어진다. 서울과 달리 지방에는 버스킹 공연을 하는 문화의 거리도 많지 않고, 젊음을 불태울 클럽도 별로 없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있으려면 좋은 일자리라도 많아야 한다. 젊은이들이 자꾸 모여드는 지역이 되면 버스킹을 하는 거리도 생기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작업을 걸 만한 삼거리포차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창업자 셋은 모두 30대에 귀촌을 해서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더 많은 청년들이 지역에 오면 자신 있게 우리와 일하자고 손을 내밀 수 있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기업평가서를 투자자에게 내밀겠지만 로컬스토리는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당신의 젊음을 투자해 달라고 권하고자 한다.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젊은이들이 지역에서도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을 잘 키워 나가는 게 창업자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서혜림

※필자는 인천에서 생활하다가 2015년 충남 홍성으로 귀촌하여 청년들의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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