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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살다/김성현]도시인에게 자연 바람을 선사하는 한옥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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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살다/김성현]도시인에게 자연 바람을 선사하는 한옥청사

김성현 서울 혜화동주민센터 지방행정서기보입력 2016-07-19 03:00수정 2016-07-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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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으로 지어진 서울 종로구 혜화동주민센터 실내. 원 안 사진은 공무원들이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모습. 혜화동주민센터 제공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그렇기에 회사는 단순한 업무공간이 아니라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복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선 넉넉함과 온유함이 풍겨 나온다. 서울 혜화동 로터리의 북쪽 한 골목을 지나가다 보면 의젓하게 잘 지어진 한옥이 눈에 띈다. 바로 혜화동주민센터다. 청사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관공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전통 한옥 형태로 지어졌다. 낮은 담장, 사랑방, 대청마루, 기둥, 서까래, 사주문(四柱門), 나무 한 그루에 이르기까지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툇마루에 한지로 장식한 미닫이문이 있고 문서보관함도 철제가 아닌 전통 문양 장이다.

이곳과 나의 인연은 2년여 전 시작됐다. 출근 첫날 나는 청사를 앞에 두고도 두리번두리번하다가 한옥 입구에 부착된 ‘혜화동주민센터’ 문패를 겨우 발견했다. 관공서가 콘크리트 건물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길을 헤맸다.

한옥 근무는 단연 장점이 많다. 일단 월요병이 없어졌다. 출근이 소풍 가듯 즐겁다. 밀린 업무로 답답할 때면 널찍한 마당으로 나가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아파트에서만 살던 나는 마사토가 곱게 깔린 청사 마당에 매료됐다. 이 마당은 아름드리나무와 어우러져 나를 위로해 주곤 한다. 마당은 동네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산책하러 들르기도 한다. 마당은 그야말로 ‘포토존’이 될 때도 있다. 나도 업무를 보다가 방문객들에게 “마당 나무 앞에서 사진 찍으면 인생샷 나옵니다”라고 외친다. 청사는 어린이집 산책 코스가 되기도 하고 외국인들은 “원더풀”이라며 찬사를 늘어놓고 간다.

청사 대청마루나 마당에서는 어느 오케스트라 공연보다도 멋있는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한옥청사를 사랑하는 주민들이 공연도 하고 감상도 하며, 알음알음 알게 된 방문객들도 온다. 마당에 돗자리를 펼치고 바람 소리와 음악이 처마 끝에 머무는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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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또한 한옥이 뿜어내는 단아한 기운 때문인지 행동 하나하나 정중히 하게 된다. 직원들은 “한옥이 정서를 순화해 마음가짐까지 차분하고 온화하게 한다”고 한다. 게다가 방문객들이 “우아∼ 이런 곳에서 일하다니 너무너무 부러워요”, “안에서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라고 말하면 자연스레 이곳 근무를 감사히 생각하게 된다.

한옥청사에선 사계절을 온전히 만날 수 있다. 한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빛은 마음의 안정을 준다. 햇빛 좋은 봄이면 일하는 중간중간 쪽마루에 앉아 사색도 즐긴다. 여름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면 항상 한옥 문을 열어 놓는다. 모든 직원이 창밖의 한옥 채를 배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에 심취한다. 살면서 한 번은 느껴봐야 할 경치다. 한옥에서는 떨어지는 빗소리마저도 다른 곳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한옥은 사소할 수 있지만 스쳐 가는 사람들에게 행복지수를 높여 주기 때문인 것 같다. 한겨울 창문 밖 한옥 지붕에 쌓인 하얀 눈은 직원에게도, 민원인에게도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 민원인들은 우연히 천장을 보고는 천장 서까래가 보여 시골집에 와 있는 듯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나 또한 도심 한가운데서 근무하고 있지만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민원인들에게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온 듯한 추억에 빠지게 한다.

방문객이 우연히 들렀다가 어릴 적 한옥의 향수를 느끼고 그 아름다움을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다면서 아이와 함께 오는 경우도 잦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직원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한동안 한옥은 옛날 집, 불편한 곳이라고만 치부했다면 이곳에 한번 들러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곧 다가올 가을에 이곳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누구나 부담 없이 와도 되는 소통의 공간이다. 한여름 나무 아래 의자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쉬면서 땀 식히고 가는 열린 공간이다. 한옥청사의 사주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김성현 서울 혜화동주민센터 지방행정서기보
#혜화동주민센터#전통 한옥#청사 대청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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