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전문기자의 스님의 밥상을 엿보다]<6회>법림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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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소중하다. 먹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에 ‘먹는 것은 사는 것’이다. 음식에는 마음이 들어있다. 만든 이와 먹는 이의 마음이 음식을 통해 만난다. 음식은 삶에 활력소를 준다. 색다르고, 맛있고,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는 것은 일상의 재미중 하나다.

대중들의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먹방’ ‘쿡방’ 덕분이다. 요리는 어렵고 귀찮은 게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소박하기만 한 스님들의 밥상에도 마음과 즐거움이 있다.

스님들의 밥상에는 어떤 마음과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1년간 그것을 찾아 나선다. 》

법림사는 광주광역시 불모산 자락에 있다. 주위가 그린벨트여서 개발이 힘든 탓에 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법림사에는 주지인 무진 스님과 상좌(제자)인 해성 스님이 ‘단순하게’ 살고 있다.

단순함은 일상과 음식을 통해 구현된다. 무진 스님은 “진정한 불교는 행동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스님이 말하는 행동은 조금 다르다. 아낌없이 주는 나눔이다. 나눔에서 스님의 별명인 ‘오두방정’도 나왔다. 무진 스님은 지역사회의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고 대학생들에게 사찰음식을 가르친다. 스님의 나눔에 ‘음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진 스님의 나눔은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는다. 자신이나 남이나 사물이나 다 같다고 말한다. “음식도 내 몸을 만드니 곧 나와 같다”고 한다. 상좌인 해성 스님은 “스승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진정한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편에서는 법림사 음식을 소개합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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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 스님(오른쪽)의 또 다른 이름은 ‘오두방정 스님’이다. ‘오두방정 스님’은 광주광역시 동구에 있는 ‘대해노인복지센터’에 오시는 노인들이 붙여줬다. 딸 같은 스님이 당신들을 위해 하도 재밌게 놀아주는 게 오두방정을 떠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준 이름이다. 스님은 ‘자비명상’을 한다고 하더니 마이크를 잡고 멋들어지게 뽕짝을 불렀다. 흥이 난 할머니 한 분이 왕년을 그리워하며 스님과 춤을 추고 있다. 왼쪽에 있는 무진 스님의 둘째 상좌 해성 스님은 박수를 치며 흥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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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 스님이 ‘대해노인복지센터’에서 할머니 한 분과 놀고 있다. 스님의 미소가 환희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맑다. 노인복지센터는 2008년 문을 연 이후 중풍, 치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돌본다. 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50여 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센터에서 만든 도시락을 전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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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천을 덧대 기운 무림 스님의 승복 바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스님들에게는 흔한 일이다. 불가에는 ‘시주물을 함부로 쓰면 다음 생에 소로 태어난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신도들에게 받은 물건을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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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림사 상법당의 천불전 불상들 사이에 있는 민들레. 홀씨를 다 날려 보내고 빗방울을 머금은 채 조용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낌없이 주고도 생기를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이 법림사 스님들의 사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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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림사를 찾은 할머니는 지극정성으로 절을 올리고 개구쟁이 손자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난치기에 여념이 없다. 할머니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저토록 몸을 굽힌 것일까. 바로 옆의 손자가 아니겠는가. 이 장면을 보며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내가 아니라 누군가의 정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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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 스님(왼쪽)과 해성 스님이 들판에 심을 채소 모종을 들고 절을 나서고 있다. 법림사는 무진 스님이 광주광역시 불모산 자락에 1988년 창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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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 스님이 부처님 전에 청수를 올리기 위해 법당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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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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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림사에서 본 무등산. 무진스님은 무등산이 좋아 불모산에 절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법림사는 광주광역시 안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환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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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 스님과 해성 스님의 차담. 차담을 더 운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등산 너머에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이다. 해성 스님은 법문보다도 스승인 무진 스님의 행동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한다. 차담을 나누는 두 스님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미소가 바로 염화미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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