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매드맥스4’ 당신의 최애(最愛) 캐릭터 감상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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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30년 만에 돌아온 매드 맥스 시리즈의 최신작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매드 맥스 4). 경찰 맥스(톰 하디)의 원맨쇼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미친 것은 맥스지만, 그가 성난 도로의 유일한 영웅은 아니었습니다.

‘마초 액션의 탈을 쓴 페미니스트 영화’라는 논쟁이 일 정도로 샬리즈 시어런 등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으며, 독재자이자 사이비 교주인 임모탄 역의 조 휴 키스, 죽음을 자청하며 미쳐 날뛰는 ‘워 보이’ 니콜라스 홀트 등이 적절히 안배돼 흔히 ‘떼주물’이라고 하는, 주연급이 다수 출연하는 영화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주 [How to]는 매드 맥스 4를 캐릭터별로 ‘닥빙’(어떤 대상에 깊이 몰입한다는 뜻)하며 감상하는 법입니다.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2시간 내내 미친 듯 달리면 이런 말이 반드시 나올 겁니다. “감독님, 꼭 장수해서 매드 맥스 시리즈를 완결해 주세요!” 조지 밀러 감독은 이제 ‘겨우’ 칠순입니다.

① 맥스

“내 이름은 맥스. 내 세상은 온통 불과 피다.”

맥스는 석유 전쟁, 물 전쟁, 핵 전쟁으로 세상이 멸망한 22세기에 가족과 친구를 잃고 혼자 남은 전직 경찰로, 살아남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된 외로운 사내입니다.

매드맥스 1~3편은 멜 깁슨이 주인공 맥스를 맡았지만, 이번에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 ‘인셉션’의 설계자 임스로 유명한 배우 톰 하디가 연기했습니다. 맥스의 상징인 자동차 블랙 인터셉터와 가죽 재킷도 등장하지만 석유와 지하수를 독점한 독재자 임모탄 일당에게 빼앗겨 영화 중반까지 돌려받지 못합니다. 과거 지키지 못했던 아이의 망령에 시달리는 등 맥스는 정신적으로도 힘든 모습입니다.

영화는 오로지 액션으로 말합니다. 맥스도 무성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거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 이름도 마지막에 가서야 말합니다. 그가 격정적으로 폭발할 때는 트럭에 매달려 주먹을 휘두르고 총을 쏠 때뿐입니다.

이런 과묵한 영웅 톰 하디표 맥스는 앞으로 3번 더 볼 수 있는데요. 최근 영화 전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드 맥스 시리즈를 3편 더 계약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지 밀러 감독도 팟캐스트 ‘The Q&A with Jeff Goldsmith’에 출연해 속편의 제목을 ‘매드 맥스: 더 웨이스트 랜드’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력 감상 포인트

-피칠갑을 하고 사지에서 살아 돌아와서는 워 보이 눅스(니콜라스 홀트)에게 무심히 신발 한 짝 툭 던져주고 말없이 가는 맥스.

-죽은 줄 알았던 일행이 무사한 모습을 보고 옅은 보살 미소와 함께 엄지 스윽 올리기.

② 퓨리오사

“여기선 모든 게 아파. 살고 싶으면 뭐든지 들고 뛰어!”

씨받이로 학대당하던 다섯 명의 성노예를 이끌고 임모탄 조에게 대항하는 여전사 퓨리오사는 영화를 이끌고 가는 메인 롤이었습니다.

‘오스카상 여배우’ 샬리즈 시어런이 연기하는 퓨리오사는 임모탄이 지배하는 시타델의 사령관으로,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서 납치 돼 전사로 키워졌습니다. 의수를 끼고 거친 액션을 하는 삭발 여전사 퓨리오사를 보면, 이 배우가 황금빛 드레스를 입고 디올 자도르 향수를 광고하던 사람이 맞나 싶은데요. 시어런의 활약에 힘입어 퓨리오사는 ‘에일리언’의 리플리,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를 잇는 여전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피와 땀, 석유 냄새 진하게 풍기는 남성을 위한 영화일거라는 예상을 깨고 영화는 페미니스트들을 시리즈의 팬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시어런은 칸국제영화제에서 “밀러 감독이 처음부터 페미니즘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 여성도 복잡하고 흥미진진한 존재라는 걸 보여줬을 뿐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기에 결과적으로 놀라운 페미니즘 영화가 됐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밀러 감독은 촬영 전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이자 여성운동가인 이브 엔슬러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합니다.

시어런이 톰 하디와 촬영 중 크게 다퉈 속편에 안 나온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시어런은 에스콰이어지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린 ‘젠장!’ 정도까지는 갔다(We fuckin‘ went at it). 어떤 날은 톰과 조지가 한바탕 했다. 촬영 내내 차량에 붙어 있어야 했고 고립돼 있었다. 이건 가족 도로 여행 같았다. 우린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그것은 우릴 미치게 만들었다. 무섭게도, 대본도 없었다. 톰과 나는 우리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배우들이다.” 사막에서 120일간 힘들게 한 촬영을 생각하면 이해가 갑니다. 인터뷰 도중 시어런은 하디에게 선물 받은 자화상을 공개했는데 그 뒷면에는 ’당신은 완벽한 악몽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또한 미치도록 멋집니다. 그리울 거예요. 사랑을 담아, 토미‘라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매력 감상 포인트

- 라이플에 총알이 단 한 개 남았을 때, 맥스의 어깨를 지지대 삼아 악당을 처단하는 퓨리오사. 원샷 원킬!

③ 눅스

“멋지군! 끝내주는 날이야!”

’임모탄 님이 날 발할라로 인도해 주실 거야‘라며 은색 크롬 스프레이를 입에 뿌리고 자폭하러 가는 암환자 ’워 보이‘(전사) 눅스는 미남스타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했습니다. 발할라는 북유럽 바이킹 전사들의 천국을 말하는 데요, 잘못된 교리에 빠져 목숨을 내놓는 워 보이의 모습은 오늘날 ISIS 테러리스트와 비슷합니다. 퓨리 로드에서 영광스럽게 죽어 전설의 영웅과 하늘에서 함께 하겠다는 눅스도 다른 워 보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퓨리오사 일행을 잡겠다고 나섰다가 그들의 편에 선 눅스는 “워 머신을 몰 때면 어깨에 있는 암 덩어리 래리와 베리가 안 괴롭힌다”고 빡빡 머리에 안 어울리는 귀여운 대사를 날리기도 하는 데요, 원래 그는 귀여운 배우였습니다. 휴 그랜트의 영화 ’어바웃 어 보이‘(2002년)에 나온 깜찍한 꼬마가 바로 니콜라스 홀트입니다.

매력 감상 포인트

-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지 몰랐어!”하고 아이처럼 기뻐하며 뭐든 참 열심히 한 순수청년
- “날 기억해줘.”

④ 임모탄 조

“물에 중독되어선 안 된다.”

얼마 남지 않은 물과 식량, 기름을 틀어쥐고 사람들을 통치하는 임모탄 조는 매드 맥스 1편(1979년 개봉)에서 토커터 역으로 출연한 휴 키스 번이 연기했습니다. 그는 1편에 나온 자신을 관객들이 알아보면 몰입에 방해될 거란 이유로 임모탄 역을 고사했다가 가면을 쓰고 나온다는 말에 합류했습니다. 1947년생인 그는 나이만큼 무게 있는 연기로 임모탄 조를 연기했는데요. 사람들에게 물을 찔끔 나눠주고는 물에 중독되지 말라고 근엄하게 말하고, 워 보이에게 죽어서 발할라의 문에 도달할 것이라고 세뇌하는 등 독재자와 사이비 교주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갔습니다.

임모탄 조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미국 버티고 출판사에서 나온 매드 맥스 프리퀄 코믹스를 보면 됩니다. 이에 따르면 임모탄 조는 과거 석유 전쟁과 물 전쟁 영웅인 조 무어 대령이었다고 합니다. 세상이 멸망한 이후 그는 바이크 갱을 조직해 각종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신과 같은 숭배를 받게 됩니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장애 없는 후계자를 갖는 것입니다. 건강한 아들을 얻기 위해 ’양육 프로그램‘을 세우고, 순수한 여성 다섯을 데려다가 가둬 두는데, 이 여성들이 퓨리오사의 도움으로 도망치면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임모탄 조라는 이름은 불멸을 뜻하는 힌두어 ’IMMORTAN‘에서 따왔습니다.

매력 감상 포인트

-임모탄이 워 보이들를 쭉 돌아보며 “너희들은 경이롭다”라고 하자, 워 보이들이 단체로 손을 들어 숭배 동작

⑤ 언니들

“누가 이 세상을 망쳤지?”

폭력적인 남성이 사회악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임모탄의 다섯 부인 역할은 로지 헌팅턴 휘틀리(스플렌디드), 조 크라비츠(토스트), 라일리 코프(케이퍼블), 애비 리(덱), 코트니 이튼(치도)이 연기했습니다. 멋진 비주얼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들 다수는 모델을 하다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이들 역시 인물 분석을 위해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 이브 엔슬러의 조언을 얻었다는 데요. 엔슬러는 콩코의 강간 피해자들을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극중 힘들다며 임모탄에게 돌아가려 했던 치도는 학대당하면서도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를 빗댄 역이라고 합니다.

이 밖에 퓨리오사 못지않은 멋진 액션을 펼친 부발리니(Vuvalini) 할머니 전사들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올해 79세인 멜리사 제퍼(씨앗지키는자)는 미국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액션을 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습니다.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은 병원 침대에서 죽어가거나 치매로 고통 받는 역할이 대부분인데, 부발리니는 죽기 전에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매력 감상 포인트

- 언니들은 존재 자체가 청량제. 사막의 사이다.

⑥ 빨간 내복 기타 맨

영화 개봉 후 트위터리안을 가장 흥분 시킨 건 톰 하디도 샬리즈 시어런도 아닌 스피커가 잔뜩 달린 트럭 위에서 화염방사 기타를 치던 연주자였습니다. “오스카상을 주자”, “기타 맨 스핀오프(번외편)가 필요하다”, “시네마에서 베스트 캐릭터는 화염방사 전자 기타 맨이다”라는 장난 섞인 찬사가 쏟아졌죠.

이 기타 맨의 정체는 호주 아리아 어워드(ARIA Awards) 후보로 지명된 뮤지션이자 헬프먼 상(Helpmann Awards)을 수상한 배우 아이오타(IOTA)입니다.

그의 음악성은 기타 맨인 ’코마 두프 워리어‘를 연기하면서 빛났습니다. 아이오타는 버즈피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매드 맥스의 팬이며, 오랜 시간 출연을 꿈꿔왔는데, 드디어 그 때가 왔다. 눈을 가리고 기타를 연주하는 게 재밌었다”고 말했습니다.

코마 두프 워리어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콜린 깁슨의 아이디어였는데, 헤비메탈 사운드로 워 보이 전사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종의 군악대 역할입니다.

아이오타가 든 화염방사 기타의 무게는 60kg에 달할 정도로 무겁다고 하는데요. 진짜 불이 나오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기타 맨에겐 슬픈 과거가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기타 천재였고 기타리스트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충격에 휩싸인 코마는 지하에 숨어 지냈는데, 그런 그를 임모탄이 발견해 시타델로 데려갔습니다. 기타 맨이 연주할 때 쓰는 가면은 죽은 어머니의 얼굴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매력 감상 포인트

- 60개의 마샬 스피커가 장착된 두프 웨곤 위에 올라 동료가 죽든지 말든지 ’내 길을 가련다‘는 당당함으로 음악 혼을 하얗게 불태운다.
- 전투 중 쉬는 시간 오수를 즐기다 맥스가 들이닥치자 화들짝 놀라며 기타부터 사수하는 프로 정신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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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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